[메르스 공포] 답답한 지자체장들 전면에 나섰지만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국민이 메르스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정치권은 오히려 카오스(대혼란)병에 감염된 것 같다. 정말 걱정이다."지방자치단체장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확산 진정을 위해 전면에 나서는 것을 보며 국회의 한 관계자가 털어놓은 심정이다. 지자체장이 나선 것은 중앙정부의 부실한 대응 탓이 크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확산되지 않을까'라는 지자체장들의 우려는 십분 이해된다. 다만, 국가적 재난에 지자체장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국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밤 10시30분 시청에서 긴급브리핑을 열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가 대형 행사에 연달아 참석해 1500여명의 시민이 메르스 위험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중앙정부가) 너무나 미온적이어서 지방정부로서는 그냥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당 환자가 박 시장의 기자회견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사실이 아니다"라며 조목조목 반박,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국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인 경기도의 도정을 책임지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관련 발언을 쏟아내며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인 남 지사는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 발언은 자제하면서도 신속한 정보 공유를 촉구했다. 남 지사는 이날 오전 경기도청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메르스 현장대책회의'를 열었다. 문재인 대표 등 야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박 시장과 남 지사는 메르스 사태 악화로 해외출장 출장 계획도 연기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경우 전날 예정대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인천은 아직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유 시장은 인천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할 경우 즉시 귀국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정치권 관계자는 "국가적 재난 상황인데 혹시라도 지자체장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행보를 한다면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중앙정부가 메르스 사태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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