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 국제부 기자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지난 19일(현지시간) 800명이나 희생된 리비아 난민선 전복 사건으로 세계가 들끓고 있다. 해외 언론들은 낭만적 휴양지 하면 떠오르는 지중해가 '죽음의 바다'로 변했다며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 인권에 대해 외면하는 유럽을 겨냥하고 있다.유럽연합(EU)은 장관회의와 정상회의를 잇따라 열어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EU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시각은 별로 없다. EU가 그동안 경제적 부담 운운하며 아프리카 난민들을 외면해왔기 때문이다.지중해에서 멀리 떨어진 우리로서는 EU의 잇따른 회의가 경제문제 탓에 난민 인권을 외면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정치 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하지만 그저 먼 나라 얘기로 치부하려니 뭔가 찝찝하다. 아프리카 난민 사태에 탈북자를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한국에서 탈북자가 처음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은 것은 1987년 김만철씨 일가족 귀순 때다. 당시 김씨 일가의 탈북 역시 지난 주말 지중해의 보트피플과 다를 바 없이 목숨 건 탈출이었다. 김씨 일가는 1987년 1월15일 새벽 북한 청진항을 출발했는데 하루면 도착할 수 있는 남한 땅을 일본과 탈출 24일 만인 2월8일에야 밟았다. 그러나 김씨 일가에게 '따뜻한 남쪽 나라'였던 한국은 오늘날 존재하지 않는다. 탈북자가 급증하자 남한 사람과 탈북자를 구분하려는 배타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우리 사회에서 탈북 주민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것도 경제문제와 무관치 않다. 이들이 '내 일자리'를 빼앗고 정부는 '내 주머니'에서 나간 세금으로 탈북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난민에 대한 사회적 비용 증가로 유럽에서는 이민자를 배척하는 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탈북자들을 이민자 집단처럼 취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할 듯싶다.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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