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SK㈜ 합병…최태원 지배력 높아져 공격경영 예고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SK그룹이 SK㈜와 SK C&C의 합병을 결정한 것은 그룹의 '옥상옥' 지배구조를 탈피하는 동시에 최태원 회장 일가의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향후 지주회사 합병법인과 SK텔레콤 투자회사 합병 등 SK그룹의 막바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SK C&C와 SK㈜는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다. SK그룹은 이번 합병관 관련해 "미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지배구조 혁신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통합 법인을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SK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SK C&C가 지주회사 SK㈜를 지배하는 옥상옥의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동안 SK㈜가 SK그룹 여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며 지주회사 역할을 해 왔지만, SK㈜ 위에 SK C&C가 자리하고 있다. SK C&C가 지분 31.9%로 그룹 지주회사인 SK㈜를 지배하고 있다. 최 회장이 가진 SK㈜ 지분은 0.02%에 불과하지만, 최 회장이 갖고 있는 SK C&C의 지분 32.9%를 통해 SK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그러나 이번 합병을 통해 SK그룹은 정상적인 지주회사 체계를 갖추게 됐다. 합병이 완료될 경우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새로운 지주회사가 될 합병회사의 대주주가 되면서 그간 최 회장 → SKC&C → SK㈜ →사업자회사로 연결되는 복잡한 구조가 최 회장이 합병회사를 지배하고 합병회사가 각 사업자회사를 거느리는 형태로 간결화 된다. SK C&C와 SK㈜가 합병한 SK주식회사가 새로운 지주회사로 자리잡으면서 옥상옥의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탈피하게 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SK와 SKC&C가 합병하면서 SK그룹의 옥상옥 구조가 개선 돼 SK하이닉스 등 증손자회사들의 지분율을 100%로 높이거나 매각해야 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또한 최 회장 일가의 지주회사 지분도 자연스럽게 끌어올려지면서 경영권을 강화하는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SK C&C와 SK㈜간 합병이 성사되면 최 회장 지분은 32.9%에서 23.2%로 10% 가까이 떨어진다. 하지만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을 놓고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재 지주회사인 SK㈜의 지분이 0.02%에 불과하지만, SK C&C와 SK㈜가 합병해 출범할 지주회사, SK주식회사의 지분율은 23.2%로 합병 전과 비교해 대폭 높아진다. 그룹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이 생기는 것이다.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SK C&C 지분도 10.5%에서 7.4%로 낮아지지만, 최 회장과 지분을 합치면 30.6%가 돼 그룹 경영권에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그룹은 SK C&C와 SK간 합병과 지배구조 변경을 통해 옥상옥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그룹 내 일감몰아주기 등의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주가에서 합병하면 최태원 일가는 합병 지주회사의 지분을 30% 이상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번 합병으로 앞으로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시장에선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합병한 뒤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인적 분할이 완료될 경우 SK텔레콤 투자회사는 SK하이닉스, SK텔레콤 사업회사, SK플래닛의 지분을 각각 20.05%, 12.15%, 100% 보유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합병해 탄생한 'SK주식회사'와 SK텔레콤 투자회사가 합병하면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최 회장 중심으로 단순화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SK그룹의 매출과 수익이 역성장하는 초유의 사태로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두 회사의 합병이라는 초강수 혁신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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