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대한민국이 사실상 12일간의 '리더십 공백' 상황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중남미 순방을 위해 출발함에 따라 오는 27일 귀국할 때까지 국가의 중요한 결정을 책임 있게 할 만한 지도자가 없기 때문이다.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기간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이완구 국무총리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국정장악력이 급속히 약화됐다. 이 총리는 17일 "대통령이 계실 때보다 더 열심히 국정을 챙기겠다"고 밝혔지만 '시한부총리' '식물총리'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상황에서 보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검찰이 이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총리가 검찰을 지휘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내각 서열 3위인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오는 20일까지 미국에 체류하고, 서열 4위인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22일부터 사흘간 인도네시아 반둥회의 60주년 참석 등을 위해 자리를 비운다.이 같은 국정공백 상태가 만들어진 데에는 예상치 못한 '성완종 사태'가 있지만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회동이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청와대가 '성완종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여당과의 소통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 총리의 권위와 역할을 축소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독대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당 내부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가능한 것들은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순방 직전 여당 대표와 단독으로 만나 순방기간 중 현안을 논의함으로써 총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은 꼴이 됐다. 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해 "(순방을)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상 이 총리의 사퇴를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순방기간 내각을 통할해야 하는 총리를 공석으로 둘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대통령 순방기간 중 비상태세에 들어갔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16일 차관회의에서 "공무 태세가 이완되지 않도록 긴장감을 갖고 각종 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달라"며 "대통령이 순방을 떠났고, 여러 가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만큼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국조실은 박 대통령의 순방기간 중 각 부처 공무원들의 불필요한 외부활동을 삼가하고 자리를 지키도록 지시했다.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