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원인 시선 돌리려 유병언 수사 집중…구조책임 등 핵심 의문 가리는 효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박준용 기자]"'유병언 왕국'이라는 신기루는 어떻게 생성됐다 소멸했는지 살펴봐야 한다." 법조계 인사들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둘러싼 수사당국의 대응에 성찰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사건전개로 여론의 시선을 모으는데 성공했지만, 결과적으로 세월호 진실을 감추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수사당국은 세월호 사고원인 수사에 들어가면서 유병언 일가를 정조준했다. 대형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그들에게 돌리려는 의도였다.
임제혁 변호사는 "유 전 회장을 비롯한 선박회사가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국가는 무엇을 했느냐를 밝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사당국은 숨가쁜 수사전개로 여론의 시선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경찰은 지난해 6월11일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본산인 금수원에 숨어 있는 환갑 안팎의 여성 2명을 검거하겠다고 6000명의 경찰력을 투입했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왔다. 검찰은 지난해 7월21일 경찰이 유 전 회장 추정 변사체 확인 사실을 밝혔던 당일 (이미 숨진 유 전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재발부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유 전 회장은 6월12일 전남 순천의 한 매실 밭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뒤였다. 결국 '유령'을 검거하겠다고 수사력을 낭비한 셈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DNA 분석과 치과치료 기록 등을 토대로 변사체는 유 전 회장이 맞다고 확인했지만, 정작 죽음의 원인은 규명하지 못했다. 유 전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숨진 상황이지만 그가 언제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유병언 수사드라마'는 '구원파' '김엄마' '호위무사' 등 숱한 뉴스키워드를 낳으며 여론의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검찰 수사결과와 법원의 판결은 유병언 일가가 세월호 참사의 핵심 사안인지에 대해 의문을 안겨줬다.
유 전 회장 일가나 세모그룹 관계사 비리에 연루된 인물들은 대부분 세월호 침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횡령·배임 등의 죄가 적용됐다. 유 전 회장이 숨지면서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로 부각된 유 전 회장 차남 혁기씨는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유병언 일가를 둘러싼 수사는 떠들썩하게 전개됐지만, 결과는 당초 기대와 한참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오영중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급변침이 정말 침몰의 원인인지, 다른 원인은 없는지 의문이 남아 있다"면서 "국가 구조시스템의 부실 등 구조과정의 문제점도 체계적으로 짚었어야 하는데 '유병언 수사'는 결과적으로 세월호 침몰의 핵심을 가리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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