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금융당국 한글공시 의무제도 개편 조율 중[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국내 상장한 외국기업이 영문으로 공시를 해도 되는 방안이 추진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 실무자와 금융당국은 최근 국내 상장한 외국기업에게 영문공시를 하면 한글공시 의무를 면제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외국기업에 공시 언어 선택의 폭을 넓히고 투자자들에게는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현재 외국기업이 국내 증시에 상장하면 의무적으로 한글공시를 해야 한다. 물론 한글공시를 내보낸 이후 영문공시를 추가로 제공할 수도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병행하는 기업은 제로에 가깝다. 한글공시 하나를 작성하는 것에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국가별 시차와 번역 소요기간으로 외국기업 본사에서 일어나는 일을 즉각적으로 전달받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번역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당초 의도했던 의미를 모두 담지 못하고 원론적인 얘기만 한글로 나열하는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외국기업의 회계에 대한 신뢰도가 현저히 낮아 투자자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 제도가 시행돼 외국기업들이 영문공시만을 선호할 경우 영어를 모르는 국내 투자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현재 관계 당국이 고심하고 있어 올 상반기 내 시행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문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더욱이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외국기업뿐만 아니라 국내기업의 영문공시 활성화 방안도 다양한 각도에서 함께 논의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영문공시를 국내 일반 투자자들이 어떻게 알기 쉽게 보게 하느냐가 관건인데 이에 관해 현재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어 조기 시행은 어려울 전망"이라며 "그러나 영문공시 활성화는 우리 증시가 글로벌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외국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올해 국내 증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증권사와 주관사 계약을 체결한 외국기업은 패션아트, 레젤 홈쇼핑, 골든 체인 등 올 1분기에만 7곳에 달한다. 2013년엔 2곳, 지난해엔 10곳이었다. 올해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연일 최고점을 찍으며 랠리를 이어가는 등 흥행에 성공했고, 무엇보다 홍콩 등 다른 아시아 증시에 비해 상장 비용과 상장 유지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한국거래소도 올해 해외영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올해 첫 번째 해외 상장유치 활동에 나섰으며, 오는 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뉴욕, 보스턴 등을 돌며 35개 미국 벤처기업과 만날 예정이다. 이후에도 유럽과 일본 등으로 상장유치 활동 무대를 넓힐 계획이다.한편 유가증권시장 3개사, 코스닥시장 11개사 등 총 14개의 외국기업이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돼 있다. 2007년 11월26일 중국 음향기기 제조업체 3노드디지털이 국내에선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한 이후 현재까지 총 22개사가 상장했으며 이 가운데 8개사가 상장폐지됐다.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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