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불법 정치자금 제공 명단이라며 남긴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현직 국무총리와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부와 여당의 주요 인사들의 이름이 대거 올라 있는 초대형 의혹 사건에 검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검찰이 이번만큼은 과거와 달리 한 점 의혹 없는 수사로 진실을 밝혀낼지 주목된다.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는 것은 이제 우리 사회가 피해 갈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처" "성역 없는 신속한 수사"를 주문하고 나선 것도 진실규명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과연 검찰의 손에 의해 사건의 전모가 제대로 드러날 것인지에 대해선 벌써부터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일단 수사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성 전 회장의 메모의 일부분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 자살 직전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밝힌 정황이 매우 구체적이지만 메모 외에 확실한 물증이 있는지가 분명치 않은 등 수사에 애로점이 적잖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검찰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다. 중요 사건 때마다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이 이번엔 과연 행동과 결과로 종전과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인가. 이번 의혹은 2012년 대선자금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그런 엄중한 상황에서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성역 없이 수사하는지 국민은 눈을 크게 뜨고 지켜 볼 것이다. 검찰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조금이라도 의혹이 남는다면 국민이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부디 지금까지의 오명(汚名)을 이번에 씻어보기 바란다. 만약 이번에도 권력의 눈치를 보고 적당히 덮으려 한다면 이는 이번 수사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 정권의 위기를 넘어서, 나라 전체를 심각한 혼돈과 난국으로 몰고 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새기기 바란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정부는 스스로 그 의지를 보여줄 기회다. 내각 책임자로서 자신의 이름이 성완종 리스트에 올라 있는 이완구 총리는 누구보다도 철저한 수사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도 어제 밝힌 것 이상으로 공명정대한 수사를 분명히 보장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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