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어제 이른바 '5대 금융악(惡)' 척결을 선언하고 나섰다. 금융사기, 불법 사금융, 불법 채권추심, 꺾기, 보험사기를 5대 금융악으로 규정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특별대책단도 구성하기로 했다. '금융악과의 전쟁' 선포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사기와 부당한 금융행위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고 금융거래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사기로 인한 피해 사례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피싱사기'의 경우 피해액이 2012년 1154억원에서 지난해 2165억원으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났다. 대출사기 피해 상담건수도 최근 2년 새 50%가량이나 늘었다. 수법도 점점 더 첨단화ㆍ복잡화되고 있다. 예컨대 금융과 기술의 결합인 '핀테크'의 확산은 금융의 고도화를 가져오는 동시에 범죄의 고도화를 낳고 있다. 새로운 금융상품들도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런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는 반면 범죄는 기민하다. 안심전환대출이 나온 지 보름여 지났을 뿐인데 벌써 이를 빙자한 사기까지 등장한 것이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저금리 시대 고수익에 대한 유혹, 팍팍한 가계사정, 금융기관들 앞에 약자일 수밖에 없는 서민들과 영세업자 등의 처지도 금융범죄와 부당 금융행위가 기승을 부릴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금융악 척결' 선언은 금융당국이 서민과 취약층을 비롯한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문제는 역량과 추진방식이다. 5가지의 금융악은 그 하나하나가 매우 어려운 과제들이다. 자칫 일거에 모든 범죄와 비리를 잡겠다고 나서다가 별 실속 없이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원장이 새로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나온 이번 선언이 그동안 숱하게 보아 왔던 기관장 교체 후 '의욕적이지만 공허한 캠페인'의 재판(再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금감원이 구성키로 한 '특별대책단'은 그 명칭에서부터 강력한 의지가 보이지만 더욱 바람직한 것은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 활동 속에서 이들 금융악을 단속하고 예방하는 것이다. 이번 대책을 통해 역설적으로 '특별'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는 현실을 만들어 보기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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