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한파…5개월 연속 일자리 쪼그라든 40대 男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오종탁 기자]#.나는 대한민국의 40대다. 두 딸을 둔 가장이지만 실직자다. 증권맨으로 평생을 살아온 내게 "당신이 나가줘야겠다"는 통보가 전해진 건 작년 하반기다. 함께 그만두게 된 동료는 "40대 중후반이 타깃이라고 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문득 떠오른 건 16년 전, 외환위기 당시 쓸쓸하게 인사하고 돌아서던 부장님의 뒷모습이다. 자영업은 꿈도 못 꾼다. 영업점에서 진 빚을 정리하고 나니, 남은 퇴직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아내는 최근 대형마트 등에 취직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40대 남성의 일자리가 5개월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여파로 '대량 해고' 광풍이 몰아쳤던 1999년 이후, 40대 남성 취업자 수가 5개월 연속으로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보험ㆍ증권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가속화하고 임시직 일자리마저 쪼그라든 여파다. 3일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2월 40대 남성 취업자 수는 389만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만6000명 줄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가 닥쳤던 1998년 11월의 6만명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40대 남성 취업자는 지난해 10월 396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00명 줄어든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감소폭 또한 10월(-3000명), 11월(-9000명), 12월(-2만2000명), 1월(-3만1000명), 2월(-5만6000명) 등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40대 가장들의 일자리가 외환위기 이후 16년 만에 경제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앞서 1998년 4월∼1999년 2월 당시에도 40대 남성 취업자 수가 11개월 연속 줄어들었고 월 최대 감소폭이 8만2000명에 달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금융ㆍ증권사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불어 닥친 구조조정 여파로 풀이된다. 전체 취업자 수는 매월 늘고 있지만, 40대를 중심으로 한 상용근로자 증가폭은 둔화됐다. 2월 40대 상용근로자 수 증가폭은 전년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금융ㆍ보험업, 교육서비스업,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임시근로자 수 감소세(-6만9000명)도 뚜렷하다. 쉬고 있다고 응답한 40대 남성 비경제활동 인구는 19만2000명으로 3만4000명이나 늘었다.윤정혜 한국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40대 남성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감소하며 2월에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40대만 감소세를 나타냈다"며 "쉬고 있는 40대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한 데 반해 취업자는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구조조정을 자제했던 기업들이 최근 사무직 등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이어간 영향"이라며 "재취업을 해야 하지만 40대 남성은 취업할 자리가 많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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