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집을 사자" 바글바글 서울지법 경매법정연립 등 물건 71건 중 33건 낙찰20대부터 70대까지 138명 응찰
지난달 31일 경매법정이 열린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서울서부지방법원 1001호에 200여명이 몰렸다.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빌라에 사는데 집주인이 또 전셋값을 올려 달라더라고요. 그래서 경매로 우리 가족이 살 집 구하려고 왔어요. 아기 아빠는 회사가고 제가 안고 법원에 왔죠."지난달 31일 오전 10시. 11개월 된 아기를 안은 30대 여성이 법원경매가 열리는 서울 공덕동의 서울서부지방법원 1001호를 찾았다. 현재 1억5000만원짜리 서대문구의 한 다가구주택에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또 전셋값을 올려 달라기에 경매로 집을 얻어볼까 해서 왔다고 했다. 지금까지 2~3번 입찰에 참여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치솟는 전세값이 감당이 안 되고 전세 물량 자체도 거의 없어 조금 무리하더라도 경매를 통해 내 집을 사려고 한다"며 "급매 가격 수준에 응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낙찰은 받지 못했다. 감정가 3억4500만원의 전용면적 60㎡ 아파트에 응찰했으나 허사였다. 이 아파트는 3억4111만원에 낙찰됐다. 경매법정은 입구부터 경매에 참여하려는 사람과 이들에게 경매 정보지나 경락대출 알선 명함을 나눠 주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2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경매장을 찾았다. 부부가 함께 혹은 딸과 같이 온 사람들과 임산부도 눈에 띄었다. 최근 경매열기 높다는 얘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현장이었다.부부가 함께 온 정모(35ㆍ녹번동)씨는 지금까지 5~6번 입찰에 참여했는데 아직 낙찰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정씨는 "처음에 왔을 때는 소위 경매꾼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일반인이 늘어난 것 같다"며 "경매가 대중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정씨는 은평구 응암동의 전용면적 85㎡ 아파트에 응찰했다. 감정가 4억6300만원짜리의 아파트 물건에 4억5868만원을 써내 낙찰을 받았다.이날 경매엔 서부1계와 8계의 물건 총 71건이 매물로 나왔다. 물건 대부분이 아파트와 다가구주택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날이었다. 당장 필요한 실수요자 중심으로 경매시장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다가구와 연립 물건이 많아 평소보다 경매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경매법정으로 들어선 사람들은 우선 이날 실제로 경매가 진행되는 물건 목록이 적혀 있는 '입찰사건목록'을 확인했다. 예정물건 중 71건은 경매일이 변경되거나 취소됐다. 이를 확인하지 않고 일정이 변경된 물건에 응찰했던 한 40대 여성은 나중에 서류를 되돌려 받기도 했다. 처음 경매법정을 찾은 사람들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개인사업을 하는 한 50대 남성은 "경매를 통해 창고나 직원숙소로 쓸 아파트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며 "최근 아파트 분양가도 많이 올라 경매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오전 10시20분이 되자 입찰자들은 입찰표를 넣은 봉투를 속이 훤히 보이는 함에 넣기 시작했다. 경매법정 양쪽에 설치된 30여개의 칸막이에는 입찰가격을 적는 사람들로 빈곳을 찾기 힘들었다. "개찰 시작합니다." 법원 관계자의 알림에 입찰자들이 의자에 앉기 시작했다. 120석의 의자가 가득 찼고 뒤편에는 40여명의 사람들이 서서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결과 발표는 응찰자가 많은 순으로 진행됐다. 사건번호를 부르자 해당 응찰자 전원이 앞으로 나와 입찰보증금 영수증과 신분증을 가지고 낙찰여부를 기다렸다. 이날 가장 많은 응찰자가 몰린 물건은 구산동의 전용면적 72㎡ 다가구주택이었다. 19명의 응찰자가 몰려 1억7931만원에 낙찰됐다. 낙찰액은 감정가의 81.5% 수준이었다. 낙찰자는 이날 처음으로 경매에 참여한 30대 여성이었다. 이 여성은 "실제 살 집을 사려고 경매에 참여했다"며 "처음이라 된다는 기대를 안 하고 참여한 건데 덜컥 낙찰을 받아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개찰결과 경매물건 71건 중 33건이 낙찰됐다. 상가와 대지 등 5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아파트와 다가구 주택 등 주거용 주택이었다. 응찰자 수는 총 138명. 물건당 4.2명이 몰린 셈이다. 10명 이상이 몰린 물건도 5개에 달했다. 이창동 지지옥션 연구원은 "최근 전세난에 따라 경매시장에서도 주거 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싸게 사려는 목적이 큰 만큼 경매에 참여하기 전에 해당 물건에 대한 시세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건설부동산부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