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청출어람…주목받는 방사선 기술

원자력기술의 비발전 분야에 관심 높여야

▲방사선연구소 방사선육종연구센터에서 만든 케나프 신품종.[사진제공=첨단방사선연구소]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청출어람(靑出於藍).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말이죠. 제자는 스승을 뛰어넘을 때 그 의미가 큽니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졌고 더 우수한 제자가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청출어람이란 말이 어울리는 곳이 있습니다. 전라도 정읍에 위치하고 있는 첨단방사선연구소입니다. 지난 19일 정읍에 있는 첨단방사선연구소를 찾았습니다. 연구소 바로 앞엔 내장산이 버티고 있고 봄이 벌써 찾아왔는지 매화가 피었더군요. 이곳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부설 연구소입니다. 원자력 기술 산업은 크게 두 개의 축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발전분야인 원자력에너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비발전분야인 방사선 기술입니다.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등으로 원자력발전소는 최근 많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유럽 각국들은 원자력 발전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죠. 원자력발전에 대해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명이 다된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했죠. 안전성보다는 경제성에 초점을 둔 겁니다. 온갖 위조부품과 서류들이 판을 쳤고 그 속에 엄청난 비리가 있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주민들이 안정과 위험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정부는 "환경기준상 아무 문제가 없고 건강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엉뚱한 부품과 추잡한 비리로 얼룩진 곳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으니 주민들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원자력발전은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강력한 위협 등으로 축소되고 있습니다. 반면 방사선 기술을 응용한 비발전 분야는 확대되고 성장이 무한한 공간입니다. ◆비발전 분야에 적극 나서야=미국과 일본은 비발전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근배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미국의 경우 발전과 비발전 분야 투자가 3대7정도이고 일본은 5대5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발전분야가 90%이고 비발전 분야는 고작 10%에 불과합니다. 원자력 기술의 비발전 분야인 방사선융합기술(RFT, Radiation Fusion Technology)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안전성과 위험성 논란이 끝이지 않는 발전 분야와 달리 비발전 분야는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죠.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여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방사선기술(RT)과 생명공학기술(BT)의 융합을 통한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기술을 이용해 고부가가치 화훼·원예작물을 개발 중입니다. 고기능성 식·의약용 식물 유전자원, 친환경 바이오산업 소재용 생물자원에도 뛰어들었습니다. 방사선 기초원천기술 연구, 방사선 융합기술 개발, 방사선 기기장치기반 기술 개발, 방사선 연구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에 나서고 있습니다. 방사선 돌연변이 육종(radiation mutation breeding)은 앞으로 식량난에 대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식물 종자나 묘목에 방사선을 쪼여 유전자나 염색체 돌연변이를 유발한 뒤 후대에서 우수한 형질을 갖는 변이체를 만드는 것이죠. 외래 유전자를 집어넣는 유전자변형기술(GMO)과 다릅니다. 안전성이 입증된 것이죠. ◆방사선 융합기술에 정책 지원 강화돼야=2000년부터 벼, 콩, 국화, 무궁화 등 식량과 기능성 작물, 화훼류 신품종 30여종을 자체 개발해 전국 농가에 보급해 왔습니다. 2020년까지 방사선육종기술 세계 5위, 돌연변이 품종기술 개발 수 세계 8위권 진입과 매년 1조5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았습니다. 여기에 실버세대인 노인계층의 증가와 무혈·무통의 고품질 의료요구 확대, 국경 테러로부터의 안전한 사회 구현 등 의료와 보안 분야에서도 방사선기기의 역할이 점차 증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 하반기 준공을 앞둔 방사선기기팹 센터는 국내의 열악한 방사선기기의 연구 환경과 중소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방사선기기의 국산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입니다. 문제는 여전히 쳇바퀴만 돌고 있는 예산과 정부의 크지 않는 관심입니다. 첨단방사선연구소는 정부 예산면에서 그동안 증가폭이 크지 않았습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돈을 벌어 예산을 충당할 수밖에 없는 셈이죠. 한마디로 연구에만 몰입할 환경이 안 된다는 겁니다. 정부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중소형원자로(SMART) 수출을 했다며 자랑을 늘어놨습니다. 건설 전 상세설계와 사우디 내 2기 이상의 SMART 건설, 제3국 공동수출 추진 내용까지 담겨 있습니다. 2조원대의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의미 있는 결과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이젠 비발전 분야에 대한 관심을 늘릴 때입니다. 방사선을 이용한 융합기술은 '밝은 미래를 위한 길(RFT, Road to Fine Tomorrow)'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적극적 예산 투입과 산업 융·복합을 통해 미래를 이끄는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야 합니다. 최근 기업은 물론 나라 전체가 개방 혁신에 나서자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대 흐름을 볼 때 첨단방사선연구소를 원자력연구원의 부설 연구소로 둘 게 아니라 독립시킬 계획도 검토해봐야 합니다. 블루오션에 적극 나서라고 하면서 정작 정부 예산은 고만고만하고 지원 정책도 약하다면 이율배반이지 않겠습니까.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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