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달리기 시작한 원인(猿人)에서 갈라져 나와 진화했다. 인간은 달리도록 태어났고, 먼 거리를 지치지 않고 달리도록 태어났다. 다시 말하면 '본 투 런(born to run)'이고 '본 투 런 롱 디스턴스(born to run long distance)'인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본 투 런'은 2009년에 나온 책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은 멕시코의 달리는 부족 타라후마라를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쓰였다. 이 책 제목은 영국의 주간 과학 매거진 네이처가 2004년 11월에 한 논문을 소개하면서 표지에 붙인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네이처가 소개한 논문은 '오래 달리기와 호모 속(屬)의 진화(Endurance running and the evolution of Homo)'다. 이 논문은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인간진화생물학을 연구하는 대니얼 리버만 교수와 유타 대학 데니스 브램블 생물학 교수가 함께 작성했다. 기존 이론은 달리기를 걷기의 부산물이라고 봤다. 빨리 걷다가 달리게 됐을 뿐이라고 추정했다. 두 학자는 이 기존 이론에 맞서 달리기가 걷기와 판이한 기능이며 인류는 오래 달리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인류는 빨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오래 달리기에는 능하고, 지속적으로 뛰는 데에는 여느 영장류는 물론 네발 동물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들은 오래 달리기는 호모 속이 현생 인류의 몸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행 인류의 무리는 지치지 않고 오래 추적함으로써 사냥감을 지쳐 주저앉게 해 잡았고, 이를 통해 섭취한 단백질은 뇌 용량이 커지는 여건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호모 속의 신체에서 오래 달리기에 도움이 되는 부분으로 이들은 26가지를 들었다. 그중 중요한 하나가 발이다. 호모 속 발에는 발바닥활(아치)이 생겼고 아킬레스건이 굵고 길고 강하게 발달했다. 모두 걷기보다 달리기에 도움이 되는 변화다. 리버만 교수는 이로부터 인간은 뛰는 존재일 뿐 아니라 맨발로 달리도록 설계된 존재라고 주장한다. 나는 2011년에 이 이론을 직접 검증해보기로 했다. 마라톤에 입문한 지 7년 만에 신발을 벗고 주로에 나섰다. 그해 가을에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맨발로 완주했다. 지난 일요일 풀코스마라톤을 3시간47분에 달리며 개인 기록을 6분 단축했다. 맨발로 뛰어도 발바닥이 다치거나 발ㆍ다리가 상하지 않는 가운데 더 잘 뛸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인간은 맨발로 달리도록 태어났다. 백우진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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