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증세를 論하라' 경제계, 정부 전방위 압박에 볼멘소리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서울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민자사업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경제위기설 확산되자 기업에 전방위 압박-임금 올리고 투자 늘리고 고용도 늘려라....민간투자에도 참여하라-"임금올리면 세금깎아주겠다"에서 1년만에 "임금 올려야" 선회 -고욕대책은 정규직·비정규직 정규직화·중장년·청년·고졸 등 종합세트-수십여개 대책에도 약발 아직…정책효과 체감 높이고 노사정 합의나서야[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업황이나 실적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임금·고용·투자를 늘려 경제를 살려야한다고 하는데 이럴거면 차라리 증세를 논하자"정부와 정치권이 경기회복을 위해 꺼내든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이 결국은 기업의 희생과 부담으로 귀결되는 것으로 나타나자 경제계 안팎에서 "차라리 증세를 공론화하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은 최근 거시,실물지표가 줄줄이 내리막길을 걷자 제 2의 경기부양에 나서기로 하고 전방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방해가 되는 규제는 지속적으로 철폐하거나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그러면서 경제계를 향해서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도 임금인상에 동참 촉구 ▲고용률 70%달성을 위해 정규직의 채용확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졸 미취업자·고졸·중장년·경력단절여성·장애인·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의 일자리창출확대▲고용이 창출되는 신규투자와 기존 계획한 설비투자의 집행 ▲민간투자사업에의 적극적인 참여 등의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성장론의 큰 축을 기업이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경제계는 정부가 기업에 너무 많은 요구를 그것도 박근혜정부 임기말인 2017년이라는 데드라인을 두고 몰아붙인다고 보고 있다. 임금인상의 경우도 민간기업에서는 노사합의로 이뤄지는 자율적인 구조임에도 정부가 공개적으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정부의 철학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경우도 최저생계비를 보장해준다는 측면에서는 수긍할만하나 정작 최저임금 인상은 자금난과 경영난에 봉착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최저임금 역시 말 그대로 '이 이상은 줘야 한다'는 하한선으로, 최저임금의 요건만 충족하면 기업이 구성원들에게 주는 봉급은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거쳐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와 정유업계가 임금을 동결한 것도 실적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임금인상의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경영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요구대로 '통 큰' 임금 인상을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기업의 임금은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문이 아니다"라며 "기업이 경쟁력을 높여서 자연스럽게 임금이 올라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재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최경환 경제팀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로 요약되는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를 내놓은 바 있다. 근로소득과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임금을 올리거나 배당을 늘릴 때에는 세금을 깎아준다는 취지로 마련됐고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경우 임금·배당·투자에 활용되지 않는 유보금에 대해서는 10%의 법인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기업에게는 당근과 채찍인 셈이다. 그런데 제도가 본격 시행되기도 전에 정부가 임금인상을 비롯한 전방위 요구를 한 대해 재계에서는 "정부가 너무 조급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투입하기로 한 정책 패키지 10조원도 경기를 살리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지난해 2기 경제팀 출범 이후 경제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46조원의 정책 패키지 중 잔여분은 15조원이다. 이미 31조원은 집행이 됐다. 최근의 부진한 경제지표는 정부의 이런 정책 수단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시사한다.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3월에 "규제는 암덩어리"라면서 규제개혁에 올인했고 최경환 경제팀이 20여개 이상의 경기부양대책을 내놓았지만 기업 현장에서 실제 투자계획을 만들고 집행을 준비하기에는 약발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완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의 함정에 빠져 연말정산 논란 등 꼼수증세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한 것과 같이 '증세없는 복지'와 '소득주도의 성장론'이 자칫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과거와 같은 관(官)주도의 경제성장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면서 "정책 효과를 국민이 체감하려면 대외적 여건 개선이 필요하고 노사정,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