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서기자
(제공: 국립극장)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국립창극단이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신작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올린다.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이 서사극의 창시자로 불리는 독일 극작가 브레톨트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The Caucassian Chalk Circle)'으로 처음 창극 연출에 도전한다.'코카서스의 백묵원'은 한 아이를 놓고 벌어지는 두 여인의 양육권 다툼을 그리는 작품이다. 전쟁 통에 친자식을 버리고 도망쳤지만 아이의 유산 때문에 그를 다시 찾으려는 영주 부인 나텔라와 버려진 아이를 자식으로 거둬 정성껏 키운 하녀 그루셰, 두 여인의 양육권 재판을 뼈대로 한다. 재판관 아츠닥은 하얀색 분필(백묵)로 그린 동그라미 안에 아이를 세워 놓고 두 여인에게 아이의 양팔을 잡고 잡아당기도록 하는데, 아이가 아파하자 다칠까봐 손을 놓아버린 여인이 진짜 엄마라고 판결한다. 국내에서는 '백묵의 원', '하얀 동그라미' 등의 이름의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창극화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의신 연출가는 아이를 버린 생모와 그 아이를 거둬 정성껏 키운 양모의 다툼을 배우들의 가슴 절절한 소리 대결로 그려내며, 이 시대 현대인에게 진정한 모성애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정 연출가는 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브레히트의 희곡이 한국의 판소리를 만나면 어떻게 융합될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며 "판소리에는 사람을 뒤흔드는 무언가가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고에 시달려 자식을 버리는 사건이 만연한 현시대에 진정한 모성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비극이지만 작품 곳곳에 웃을 수 있는 요소를 넣으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이번 작품은 원작의 등장인물을 새롭게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창극의 전통적인 도창(해설자)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원작에 등장하는 가수의 역할을 재판관 아츠닥에게 부여했다. 아츠닥은 관객에게 직접 말을 걸면서 극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원작에서는 남자로 묘사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성별을 바꿔 유수정과 서정금 배우가 맡았다.최용석과 조유아 국립창극단 인턴단원이 남녀 주인공 시몬과 그루셰 역에 발탁됐다. 무대디자인은 '단테의 신곡' 등에 참여한 이태섭 무대디자이너가 맡았다. 원작의 배경이 되는 그루지아(지금의 조지아)에서 최근까지 군사 분쟁이 일어난 사실에 착안해 현대의 전쟁 폐허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창조했다. 공연은 3월21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진행된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