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대법원
앞서 김씨와 서씨는 대출을 해준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고 대출을 받고자 자신들 명의의 농협계좌를 개설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전화로 알려준 후 통장과 현금카드를 대출을 해준다는 사람에게 보냈다. A씨는 개인정보를 이용해 박씨 명의 신용카드를 만든 뒤 900만원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받아 김씨와 서씨 명의 농협 계좌에 이체했다. 또 박씨 명의 다른 신용카드를 만든 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160만원을 김씨 계좌에 이체했다. 박씨 명의의 또 다른 신용카드를 만든 뒤 같은 방법으로 100만원을 김씨와 서씨 명의 농협 계좌로 이체한 뒤 모두 인출했다. 1심은 “박씨도 보이스피싱 방식의 금융사기가 널리 알려진 상황에서 확인 절차도 없이 경솔하게 개인정보를 유출한 잘못이 있다”면서 계좌번호와 현금카드 등을 제공한 김씨와 서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1심은 김씨와 서씨가 각각 218만여원과 266만여원을 박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1심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들의 통장 등 교부와 이 사건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피고들도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는 성명불상자의 기망행위에 속아 피고 명의 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교부한 것”이라며 “이 사건 보이스피싱 범행은 그 직후 발생했고 피고들이 교부행위로 인해 어떠한 금전적 대가를 취득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피고 명의 통장과 현금카드를 교부할 당시 통장 등이 보이스피싱 범행에 사용될 것이라는 점이나 통장 교부로써 보이스피싱 범행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