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공유 시대'의 뉴스

"인터넷, 인터넷 그러는데, 누구 화장실에서 인터넷으로 뉴스 읽을 수 있어?" 십수 년 전 '인터넷 혁명으로 신문이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에 대해 이런 반응이 나왔다. 이런 반응은 '화장실이 있는 한 종이신문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전망으로 이어졌다.(박금자 '인터넷미디어 읽기' 2001년) 아침에 가장 먼저 세상 소식을 접하는 매체로서 종이신문이 가진 지위, 특히 화장실이라는 '사색의 공간'을 독점한 종이 매체의 힘을 강조한 말이었다. 그러고 보면 신문은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화장실과 가깝긴 했다.  이동통신 기술이 발달하고 휴대전화 단말기가 똑똑해지면서 이 말이 무색해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신문은 멀리 문밖에 있고 스마트폰은 바로 머리맡에 있다. 화장실에 신문 대신 스마트폰을 들고 들어가는 일이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종이신문을 구독하지 않아 화장실에 들고 갈 신문이 아예 없어진 집도 많아졌다.  휴대전화는 똑똑해졌을 뿐더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연결됐다. 사람들은 이제 뉴스를 함께 소비한다. 뉴스에 댓글을 달고 자신의 의견을 붙여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뉴스나 이슈를 만들어내는 개인도 적지 않다.  언론매체가 뉴스를 내보내면 적극적인 독자는 그 가운데 일부를 골라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뉴스를 공유하는 시대에는 과거에 비해 긍정적인 소식이 더 소비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와튼경영대학원의 조나 버거 교수 연구팀이 6개월 동안 뉴욕타임스의 어떤 기사가 이메일로 공유됐는지 분석한 결과 긍정적인 소식이 부정적인 소식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버거 교수는 "뉴스를 나눌 때는 좋은 느낌을 전하려고 한다"며 "다른 이들이 자신을 긍정적인 사람으로 여기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언론매체 허핑턴포스트는 버거 교수의 분석을 참고해 밝은 뉴스에 초점을 맞춘다는 새로운 뉴스 제작 방침을 정했다. 이 매체를 창간한 아리아나 허핑턴 회장은 최근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 인터뷰하고 "언론사 대다수가 나쁜 뉴스에 집중한다"며 "해법을 더 조명하면 어떨까"라는 물음으로 허핑턴포스트의 제작 방향을 밝혔다. 그는 범죄 기사는 모방범죄를 낳는 반면 해법은 '모방해법'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허핑턴포스트가 이 실험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 실험은 뉴스를 소비하는 양상이 달라졌음을 반영하는 사례임은 분명하다.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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