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양대 거인 김정주-김택진, 경영권 분쟁…그 히스토리는?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넥슨이 27일 엔씨소프트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한다고 공시하면서 '지원군'에서 '점령군'으로 모습을 바꿨다. 양사 대표의 개인적인 친분에서 시작된 양사의 밀월 관계는 서로 다른 '경영철학'으로 삐걱대기 시작해 결국 경영권 분쟁으로 치닫게 됐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관계가 가까워진 것은 2년여 전인 2012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넥슨 일본법인은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였던 김택진 대표의 지분 14.7%(총 3,218,091주)를 인수했다. 당시의 지분 인수 목적은 '글로벌 게임업체 인수 및 경영'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김 대표와 김정주 넥슨 회장은 세계 최대 게임업체 중 하나인 EA(Electronic Arts)를 인수해 최종적으로 김 대표가 EA의 경영권을 넘겨받으려는 목표를 세웠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EA 인수 실패 이후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엇갈린 행보가 시작됐다. 게임 개발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는 김 대표는 넥슨의 어떠한 간섭도 원하지 않았지만 넥슨은 엔씨소프트가 가진 개발력을 끌어내 시너지를 내고 싶어했다. 탁월한 사업수단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김 회장은 수많은 게임개발사의 인수합병을 단행해 성공으로 이끈 반면 김 대표는 완벽한 게임이 만들어질 때까지 수년간 공을 들이는 '개발자형 CEO’다. 양사는 2013년 1월 '마비노기2 프로젝트' 등을 함께 진행하며 협업을 시도했지만 1년 만에 중단됐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양사의 경영철학이 너무 달라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매입가 25만원보다 절반 가까이 주가가 떨어지자 넥슨은 다음 행보에 나선다. 2014년 10월 엔씨소프트 지분 0.4%를 추가로 매입했다. 이로써 넥슨은 엔씨소프트의 지분 15.08%를 보유하게 되면서 실제로 엔씨소프트를 인수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다른 회사의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게 되면 공정위에 신고를 해야 하고,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후에는 넥슨은 언제든 엔씨소프트를 인수할 수 있게 된다.엔씨소프트는 이 같은 넥슨의 일방적인 행보에 발끈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사전에 지분 매입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며 “넥슨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한 만큼 공시 내용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를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넥슨은 '단순 투자일 뿐'이라고 일축했지만 업계에서는 '경영권 참여'로 가는 단계라는 관측도 나왔다. 업계가 예견한 바와 같이 넥슨이 추가 지분인수 3개월 만인 27일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한다고 공시하자, 엔씨소프트는 "넥슨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고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면서 강한 유감을 표했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경영참여가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없는 이유로 '게임 개발 철학'을 꼽았다. 엔씨소프트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재팬은 게임 개발 철학, 비즈니스 모델 등이 이질적이어서 이번 넥슨재팬의 일방적인 경영 참여 시도는 시너지가 아닌 엔씨소프트의 경쟁력의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엔씨소프트의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고, 더 나아가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넥슨은 급변하는 게임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넥슨은 "지난 2년 반 동안 엔씨소프트와 공동 개발 등 다양한 협업을 시도했으나, 급변하는 IT(정보기술) 업계의 변화 속도에 민첩히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긴박해진 게임 산업의 변화 속도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협업과 민첩한 대응이 필요해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넥슨은 "지분을 더 사든, 팔든 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엔씨소프트와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속내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현 경영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어 김택진 대표가 지분을 재매입하고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매각해 우호지분화할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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