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대법원
김씨가 담당한 기술연구소 직원 80%가 합병 후 퇴사했고, 다른 부서에서는 기술연구소 제품개발 지연과 낮은 기술수준 등을 매출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김씨는 회사 중국 현지법인 책임자가 권고사직을 당하자 “다음에는 내 차례다”면서 불안과 압박감을 느꼈다. 김씨는 2011년 3월 사무실에 출근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씨 유족은 “위로부터는 생산차질 및 매출저하로 인한 질책을, 아래로부터는 직원들의 불평 및 퇴직을 겪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업무와 자살 사이에는 상당인관관계가 있어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법원은 김씨 유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법원은 “망인이 느끼는 우울감이 평균적인 근로자로서 감수하고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중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었고, 나아가 그 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2심 법원도 김씨 유족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은 “망인은 평소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성격으로 우울증세 등을 앓은 전력이 전혀 없다”면서 “당시 인력상황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과중한 업무에 따라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게 돼 급격히 우울증세 등이 유발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및 동기 등에 관해 좀 더 면밀하게 따져보지 아니하고 사망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고 말았다”면서 “원심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