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국내 제약업계에서 특허소송이 봇물을 이루고있다. 오는 3월부터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특허소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6일 한국제약협회에 따르면 등재목록 대상 특허에 대한 국내 제약사의 전체 소송청구 건수는 248건으로 전년도 38건에 비해 6배나 넘게 증가했다. 특히 연매출 2000억원 이하 중소제약사들의 특허소송건수는 169건으로, 연매출 2000억원 이상 제약사 79건보다 훨씬 많았다. 특허소송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3월부터 시행되는 허가특허연계제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도입된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대비, 국내 제약사들의 복제약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우선품목허가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가장 먼저 깬 제약사에게 1년간 해당 복제약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허가특허연계제도에선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이 강화되는데다 복제약을 만들 때 오리지널 제약사에 이를 알려야 하는 만큼 국내 제약사들이 제네릭 개발을 주저할 수 있어서다. 국내 제약사 대부분이 제네릭을 개발, 경쟁이 치열한 시장구조에서 1년간 독점판매권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국내 제약사들의 특허소송을 줄을 잇고 있다. 조만간 특허가 만료되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제네릭을 준비하던 국내 제약사들이 판매독점권을 갖기위해 특허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BMS제약의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다. 이 약은 국내 처방액 1위인 의약품으로 한해 처방액만 1600억원(2013년 기준)에 달한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과 대웅제약, 동아ST 등 11개 제약사가 바라크루드의 물질특허를 깨기위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줄줄이 패소했다. 세계 1위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릴리)도 올해 9월 특허가 만료되면서 유한양행을 비롯해 제네릭을 준비하던 국내 제약사들이 특효무효 소송을 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1년 독점판매권은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오리지널을 개발한 것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 "경쟁사가 복제약 독점권을 따내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보험차원에서 소송에 참여하는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소송이 급증하면서 제약사내 특허담당 인력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동아ST는 의약품 개발 부서의 특허관련 담당 인력도 기존 6명에서 8명으로 확대했고, 녹십자는 지난해 하반기 바이오의약품 전문 변리사를 채용했다. 한미약품은 10여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특허팀을 운영하고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깨기는 쉽지 않다"면서 "의약품 성분을 조성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특허를 무너뜨리기 위해선 특허 전문가가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