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정치권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공무원의 '사용자'에 해당하는 정부는 개혁안을 내놓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놓지 않는 걸까.21일 국회에서 열린 공무원연금개혁 특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정부의 자체 개혁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공무원연금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정부는 쏙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 역시 "여당이 욕을 다 먹어가고 개혁을 추진하는데 인사혁신처는 정년을 연장한다거나 타임제 같은 것만 이야기 한다"며 "정부는 당사자로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이에 대해 "그동안의 (공무원연금) 개혁이 셀프개혁이어서 개혁 효과가 미미하고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있다"며 "현재 정부는 안을 제출할 계획이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정부가 개혁안을 내놓지 않는 속사정은 따로 있다. 공무원연금개혁의 주체인 정부가 개혁안을 제시하지 않고 여당이 개혁을 주도하는 모양새를 보이게 된 배경은 2007년12월에 정부와 공무원노조간에 맺었던 단체협약에 있다.당시 정부와 노조는 합의문 39조를 통해 '정부는 공무원연금제도 개선시 이해당사자인 조합과 공직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한다'며 '이를 위해 공무원연금제도논의기구에 조합의 참여를 보장한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까지 공무원연금개혁을 마무리하려고 했던 정부로서는 이 문제를 두고 노조와 단체협상을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단협을 거칠 경우 정부는 개혁안을 내기까지 오랜 협상과정을 거쳐야 할 뿐 아니라 공무원노조의 반발을 직접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노조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여당이 '청부입법'에 나선 것이다.오성택 공동투쟁본부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공무원연금개혁을 지난해에 처리하겠다는 목표 시한을 정해놓고 속도를 내다보니 여당에서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공무원노조와 단체협상을 통해 개혁안을 만드는 게 정상적인 로드맵"이라고 주장했다.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정부안이 다시 강조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정부가 단협을 거치지 않고 자체 개혁안을 낼 수 있는 논의틀을 만드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지난 16일 회의에서 "지금 상황에서 정부와 노조가 임단협을 통해 개혁안을 내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며 "공투본에서 협의를 통해 임단협 없이 정부측이 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측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명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