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의 작전타임]럭비단 해체, 삼성만 탓할 수 있을까

원종천 대한럭비협회 부회장(가운데)과 정삼영 15인제 국가대표 감독(왼쪽), 서울사대부고 조민기 군이 삼성중공업 럭비단 해체 결정을 철회해줄 것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럭비협회 제공]

대한럭비협회가 지난 6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협회는 삼성중공업 럭비단의 해체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호소했다. 회견장(서울역 KTX대회의실)에는 서울사대부고와 연세대, 고려대 등 학생 선수들을 비롯해 럭비계 인사들이 나왔다. 럭비인들은 "삼성 럭비단이 해체하면 한국 럭비가 몰락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초일류 기업 소속인 삼성 럭비단의 상징성과 그동안의 기여를 근거로 들었다. 한국 럭비는 삼성중공업이 럭비단을 창단한 1995년 1월을 기점으로 전환기를 맞았다.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7인제와 15인제에 걸쳐 모두 금메달을 땄다. 두 대회에서 7인제는 대표선수 60-70%(12명 중 7-8명), 15인제는 30-40%(26명 중 9-10명)를 삼성 소속 선수로 채웠다. 막강한 영향력만큼 의존도가 높다보니 삼성의 해체 소식만으로도 럭비계 전체가 요동치는 것은 당연하다.그러나 럭비계가 삼성 럭비단의 해체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호소뿐이다. 럭비인들은 "포스코건설, 한국전력을 포함해 실업팀은 세 개뿐인데 삼성중공업이 팀을 해체하면 학생 선수들의 희망이 사라진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20년 역사와 함께 이건희 회장이 각별히 아낀 럭비 팀을 삼성이 왜 해체하기로 했는지 납득하지 못한다. 럭비계가 종목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바꾸어 보겠다는 제안은 없다. 당장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2019년 일본에서 열릴 월드컵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청사진도 없다. 사실 위기의 조짐은 오래전에 있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7년 삼성SDI에서 럭비단을 인수하면서 선수들의 신분을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선수단 규모도 줄였다. 당시 럭비계가 위기의식을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원종천 럭비협회 부회장(68)은 "실업팀을 창단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기업들의 반응이 미온적이었다. 럭비의 인기가 부족해 생긴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럭비의 인기가 없는 것이 삼성 럭비단 만의 책임은 아니다.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스포츠레저부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