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차기 회장과 관련해 적임자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경련 위상이 예전만 못 한 데다 대부분의 유력 총수들도 건강 문제, 사법 처리, 경영난으로 인해 누구 한 명 발 벗고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이 최근 재계 원로들에게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두 번째 임기인 허 회장이 3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전경련은 내년 1월 회장단 회의를 열어 차기 회장을 추대한 뒤 2월에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열어 차기 회장을 최종 선출한다. 전경련 회장단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21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허 회장 이후 차기 회장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총수는 없다. 재계의 본산인 전경련이 구인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전경련 회장 자리는 총수들이 서로 꺼리고 있다. 경제민주화, 반재벌 정서 확산 등 대기업을 둘러싼 부정적인 기류에다 대정부 관계 유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전경련 회장직은 '재계의 수장'이라고 불리면서 유력 총수 간 경쟁이 있던 자리였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를 초대회장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고 최종현 SK그룹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등 쟁쟁한 재계 1세대들이 전경련 회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2000년대 들어 전경련 회장은 회장단에서 희망자가 없어 사실상 강제로 추대하고 있다. 지난해 허 회장이 연임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허 회장은 회장단의 연임 제의를 계속 고사하다 마땅한 대안이 없어 고심 끝에 수락했다.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번 땅콩 리턴 사건으로 사실상 멀어졌다. 더구나 조 회장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전경련까지 이끌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전경련 회장 자리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유력 후보자로 꼽히지만, 집행유예 상태라는 점이 부담이다. 다만 김 회장이 법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언제든지 전경련 회장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나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도 전경련 회장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상징성이 큰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개인적인 사정과 법적 문제로 전경련 회장에 오를 가능성은 적다. 이들은 두 달에 한 번 열리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반면 전경련을 제외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의 연임은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