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어젯밤 본회의를 열어 내년 예산안과 담뱃세 인상 등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2002년 이후 12년 만에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시한을 지켰다. 여야가 극한 대립 끝에 욕설과 몸싸움이 오가는 난장판을 연출하지 않고 합의 처리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고 예산국회가 온전한 본연의 자세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구태는 여전하고 바꿔야 할 그릇된 관행도 많다. 법정시한을 지키기는 했지만 예산안 심의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야당은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가 지난 11월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자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정부 원안이 지난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에 여야가 황급히 수정안을 제출해 법정시한일 심야에 처리한 것이다. 정쟁으로 시간을 보내다 막판에 처리한 벼락치기 졸속인 데다 국회선진화법에 떠밀려 겨우 시한을 맞췄다. 비공개로 이뤄지는 예산안 증액 심사도 문제다. 여야는 정부안보다 6000억원 적은 375조4000억원 규모로 통과시켰다. 정부안에서 3조6000억원을 깎고 3조원을 늘렸는데, 이 과정에서 여야 지도부를 포함한 실세들이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는 구태가 어김없이 재연됐다. 이른바 '쪽지예산'으로 도로개설이나 하천정비, 지역사업 등 민원 성격으로 국가예산의 큰 방향과 거리가 있다. 예산조정소위는 그동안 정부 예산안에서 감액하는 심의과정은 공개하면서 증액 과정은 밀실에서 처리해왔다. 관행이라지만 국회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을 인정하는 행위다. 이런 비밀주의를 타파해야 쪽지예산을 차단하고 국회의 권위도 회복할 수 있다. 국민 세금인 나라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살피는 것은 국회의원의 권리이자 의무다. 12년 만의 법정시한 내 여야 합의처리를 계기로 아직 남아있는 구태와 문제점을 청산함으로써 내실 있는 예산 심사의 터전을 닦기 바란다.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에 예산안이 통과됐으니 정부도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등 국회 핑계를 대기 어려워졌다. 재정을 제때 정해진 곳에 새는 구멍 없이 투입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내년 경제정책방향도 조기 발표해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하기 바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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