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병한 직업병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위원 선임에 동의하기로 했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김지형 변호사(전 대법관·조정위원장)과 삼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피해를 입은 가족대책위(가족위) 측에 조정위원 설립과 구성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삼성전자는 곧 공식 블로그(samsungtomorrow.com)를 통해 조정위 설립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조정위 구성에 대해 깊이 고민해왔다. 가족대책위가 김지형 변호사를 조정위원장으로 선출했을 당시에도 진보성향이 강한 인사라 주저했지만 결국 동의했다. 그러나 조정위원까지도 진보성향이 강한 인사들을 선택하면서 조정위가 일방적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 것.조정위원장을 맡은 김지형 변호사는 지난 14일 조정위 구성을 마무리하고 삼성전자에 이를 통보했다. 김 전 대법관은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와 정강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를 조정위원으로 추대했다, 가족위는 찬성의사를 표명했지만, 삼성전자는 2주째 답을 못했다. 삼성전자가 고민한 원인은 조정위원으로 추대된 백 교수의 과거 행보다. 백 교수는 지난 2009년 삼성전자, 하이닉스, 엠코코리아 반도체 3사 역학조사 당시 협력단장을 맡았다. 백 교수는 기밀유지협약을 맺었지만 역학조사 보고서 전문을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건강에 이상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소량의 벤젠이 발견됐다는 보고서로 인해 큰 파장이 일었다. 삼성전자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벤젠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항변했다.삼성전자는 과거 백 교수가 회사를 곤혹스럽게 한 만큼, 동의하는데 크게 고민했다. 삼성전자와 가족위의 의견을 수용해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조정위가 중립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직업병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피해자 가족들의 의견을 최대한 들어준다는 취지에 따라 조정위원 구성에도 동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조정위 구성 문제가 지연되면서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도 커졌다"며 "(조정위원 성향 문제로) 절차가 더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동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가족위 송창호씨는 "삼성이 어려운 결정을 했고, 감사하다"며 "앞으로 피해자 가족과 삼성, 조정위가 함께 잘 의견을 조율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가 가족위와의 대화에 중재 역할을 할 조정위 설립에 동의하면서, 삼성·가족위와 뜻을 달리하고 있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인권지킴이)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올림은 당초 가족위 구성원 6명과 함께 삼성전자와 대화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1년이 넘도록 논의에 진척이 없자 의견을 달리한 6명이 별도의 가족위를 꾸려 삼성과 협상에 나섰다. 반올림은 "제3의 조정위 구성에 반대한다"며 "삼성이 피해자 가족들과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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