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전환땐 연 587만원 더 부담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평균적인 가계의 주거비 부담은 얼마나 될까? 지난달 통계청이 내놓은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세입자 가계의 전세보증금은 평균 9897만원이다. 이 조사가 처음 시작된 2010년 평균이 7496만원이었으니 4년 만에 2401만원(32.0%)이 늘었다.하지만 같은 기간 전세 가구의 경상소득(월급·이자 등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소득)은 3910만원에서 4710만원으로 800만원(20.5%) 증가하는 데 그쳤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통계청과 고용노동부, 국민은행 등의 자료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 전문대 이상 맞벌이 신혼가구의 평균 실질소득은 월 425만원, 이 가운데 세금이나 사회보험, 식료품, 교통, 통신 등 생활에 필수적인 소비지출을 제외한 월 흑자액은 82만6000원이었다.2009년부터 2013년 사이 이들의 월 흑자액은 97만6000원에서 82만6000원으로 감소한 반면 서울의 전세 중간 가격은 2억137만원에서 2억8209만원으로 상승했다. 월 흑자액 전부를 저축해도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를 얻기 위해 평균 28.5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그런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이 전세금마저 월세로 전환돼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월세 소득에 의존하는 집 주인들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용인의 아파트 소유주 B씨는 "2억4000만원 하던 전세를 2억8000만원에도 들어오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며 "다들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0만원 이상 받는다고 하는데 벌이도 없는 내가 월세라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B씨의 계산법은 이렇다. 전세보증금 2억4000만원을 받아 모두 은행에 넣어놓으면 연 2.27% 이자를 받는다 하더라도 연 544만8000원, 월 45만4000원(세전)을 받을 수 있다.하지만 보증금 1억원만 은행에 넣어두고 월세 60만원을 따로 받으면 매월 이자와 월세 78만9000원을 기대할 수 있다. 전세를 줄 때보다 일 년이면 402만원이 이득이다. B씨는 "내가 집 주인이라서가 아니라 은행금리가 떨어지고 시세가 이럴진데 월세로 돌리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문제는 이처럼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의 급격히 늘어날 경우 심각한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서울시의 '서울시민의 주거실태와 정책수요에 관한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면 서울시민의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이 평균 13.6%에서 32.4%로 2배 이상 오른다. 현재 금리(연구 당시 3.18% 적용)에서 서울 평균인 1억6156만원짜리 전셋집에 사는 사람의 임대료 부담(정기예금 금리 수준의 기회비용)은 월 43만원가량이다. 하지만 이를 월세로 바꾸면 104만원이 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주택 월세시장 분석' 보고서에서도 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중간가격대 전세는 1억6350만원, 이에 대한 주거비용은 연 497만원으로 나타났다.하지만 이 가구가 월세로 전환할 경우 월세보증금 24%, 월세이율 7.7%를 적용하면 월세 주거비용은 연 1074만원으로 전세에 비해 51.3%(연 577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중간 소득 가구 연소득(2012년 5100만원)의 11% 수준이다.특히 전세의 월세 전환이 증가하면 임차가구의 부담이 증가하고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저축 및 소비 위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월세를 감당하려면 결국 생활비를 줄이거나 직장과 떨어진 외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저금리로 감소한 이자 수입을 월세로 만회하려는 집주인들이 많아지면서 세입자들의 부채가 늘고 늘어난 부채만큼 소비는 감소하는 연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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