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물사이클 다르게 움직일 수도 있어…금융발전된 나라일수록 진폭과 주기 달라 따로 움직여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금융사이클은 실물사이클과 반드시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발전 정도가 심할 수록 금융이 실물경제를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 뿐만 아니라 실물과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24일 김용민·이정연 한국은행 거시건전성분석국 과장은 '실물 및 금융사이클을 감안한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 운용' 보고서에서 "실물과 금융사이클 국면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통화와 거시건전성정책 간 최적의 조합을 모색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존에는 금융이 경기순응성을 띤다는 주장이 주류였다. 금융부문이 실물경제에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상호작용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경기가 좋을 때는 대출받기가 쉽고, 어려울 때는 대출받기 어려워지는 '비 올 때 우산 뺐기' 식의 관행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실물과 금융사이클간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사이클은 실물보다 주기가 길고 진폭이 커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괴리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정연 과장은 "기존에는 금융이 실물에 보조역할을 해왔지만 점차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월가의 파생상품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실물 경기와 무관하게 큰 위험을 불러왔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한은은 금융사이클이 현재 어디에 와 있는지 정책당국간의 정확한 진단과 인식 공유가 필요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실물과 금융 사이클 간 괴리가 나타난다는 점을 간과하면, 부적합한 정책대응을 하게돼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실물사이클은 음(-)의 값으로 떨어지고, 금융사이클은 양(+)으로 오를 때 통화정책은 확장적으로, 거시건전성정책은 긴축적으로 운용하게 되면, 실물사이클 뿐만아니라 금융사이클까지 위축시켜 정책효과 간 상충이 나타날 수 있다. 보고서는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은 실물과 금융사이클 각각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양 사이클에 동시에 효과를 발휘한다"면서 "이 때문에 두가지 정책의 최적 정책조합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물과 금융사이클의 국면을 정확히 포착해내고 각각의 거시정책 효과가 상호 조화롭게 발휘될 수 있도록 정책운용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각각의 거시경제 정책수단이 분산돼 있을 때는 실물과 금융사이클의 형태 국면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최적 정책조합을 선택하기 위한 협의가 긴요하다는 주장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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