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예년보다 일찍 내리는 등 날씨가 추운데 고용시장은 이미 한겨울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이 인력과 사업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덩달아 사정이 어려워진 협력업체들까지 인력을 줄이고 있다. 고용시장 위축은 신규 채용에도 영향을 미쳐 내년에 '실업대란'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은행ㆍ증권ㆍ보험사 등 금융권에서 시작된 인력감축은 실적이 악화된 현대중공업ㆍ삼성전기 등 대형 제조업체로 확산됐다. 고용시장의 이상 기류는 지표로 확인된다. 경기가 반짝 회복세를 보인 지난 2월 80만명대로 올라선 취업자 수 증가는 3월부터 내리막길을 걷다가 10월에는 40만명대로 반 토막 났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내년 취업자 수 증가를 35만~40만명으로 전망한다. 정부도 다음 달 발표할 내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45만명으로 잡았던 취업자 증가 목표를 낮추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신입사원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이 늘리겠다는 기업의 두 배에 이르렀다. 실제로 삼성ㆍ현대차ㆍLG 등 많은 대기업들이 하반기 채용 규모를 줄였다. 고용의 질도 나빠졌다. 지난달 늘어난 취업자 40만6000명의 86.7%(35만2000명)가 50대 이상인 반면 경제활동의 중추가 돼야 할 30대는 되레 2만3000명 줄었다. 20대 일자리도 7만명 증가에 그쳤다. 게다가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24만2000명 늘어난 가운데 36시간 이상 취업자 증가 폭은 12만명에 그쳤다. 늘어난 일자리 대부분이 중ㆍ장년층 위주 시간제 등으로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실정이 이러니 체감 실업률이 10%대로 나온 것 아닌가. 수능시험에 이어 본격적인 입시철인데 어렵게 대학을 나와도 괜찮은 일자리가 기다리지 않는다. 청년 취업난 해결은 국가적 과제다. 기업더러 무작정 더 뽑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기업들이 투자와 사업 확장에 나서고 다양한 분야에서 신산업이 태동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불합리한 규제혁파에 적극 나서라. 국회에서 대기 중인 경기활성화 법안에 대한 심의를 서둘러라. 지금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둘러싼 복지논쟁이 뜨거운데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제공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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