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부동산시장은 급변하고 있지만 시장에 결정적 영향을 줄 법적 기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탄력적이고 신속한 정책대응이 늦어지며 소비자의 혼란과 피해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부동산시장과 정책 간 시차(time lag)가 벌어지며 시장 정상화라는 정부의 목표 달성이 늦춰지고 소비자들의 혼란마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시장은 주택보급률 증가와 장기 저금리 기조 등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6주 연속 전셋값 상승과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 70% 초과 등은 부동산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특히 거래를 정상화하겠다는 정부가 소비자들의 거래심리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각종 기준들을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에 맞게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규정하는 전월세 전환율이다.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은 2002년 제정된 이후 12년 만인 올 1월부터 개정됐다. 그런데도 기준금리의 4배를 상한으로 정해 다가구주택이나 대학생 월세주택에서 흔히 10%를 넘기는 현상을 잡지 못하고 있다. 월세 사는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게 된 셈이다.거래 과정에서 부담을 느끼는 중개수수료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고액 거래로 분류돼 중개수수료가 높았던 구간의 요율을 낮추고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요율을 신설하는 등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 개선(안)'을 마련해 확정ㆍ발표했다. 하지만 이 개정작업도 15년 만에 추진되는 것이다. 올 1~2월 회복세를 보이던 부동산시장이 3월부터 다시 침체국면에 들어갔고 9월 이후 재회복 국면에 접어드는 등 급박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느긋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가 9월 야심차게 발표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방안 역시 뒷북 대책이다. 상가권리금 문제가 대두된 것은 2009년 용산참사 때다. 용산참사는 재개발 상가의 권리금을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다. 당시 상인들은 권리금 한 푼 못 받고 몇 달치 영업손실 보상금만 받고 쫓겨났다. 정부는 용산참사 5년 만에 임차인끼리 암암리에 거래해온 상가권리금을 양성화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상당한 '갑'의 위치였던 임대인의 횡포를 막고 임대인의 5년 계약기간을 보장하겠다는 것인데 구멍은 있다. 권리금을 주고받은 내역을 표준계약서화하겠다지만 권고 수준에 그쳐 구속력이 없다. 기존 임차인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새 임차인의 권리금 신고 의무화도 반영되지 않았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가 많아지면 탄력성이 떨어지지만 서민의 주거생활에 밀접한 부동산시장인 만큼 실수요자들의 부담과 혼선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정책도 기민하게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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