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으로 비실대는 우리 경제에 환율 불안이란 복병이 가세했다.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돈줄을 죄려는 미국과 돈을 더 풀겠다고 나선 일본의 추가 금융완화 조치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엇갈리는 환율에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오르는 반면 원ㆍ엔 환율은 거꾸로 내려가고 있다. 이로써 한국 경제는 엔저(低) 여파로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이 흔들리는 한편 강(强)달러 속 수입물가가 올라 내수 회복세가 더뎌지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됐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3거래일 동안 25원 올랐다. 원ㆍ엔 환율은 정반대다. 어제 100엔당 951원대로 6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12거래일 연속 50원 하락했다. 외환시장은 환율 전쟁의 양상이다. 예측하기 힘든 환율 전망에 기업들은 내년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원ㆍ달러 환율 상승 폭보다 원ㆍ엔 환율 하락 폭이 커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수출기업에 타격을 주는 구조다. 어제 주식시장에서 자동차 등 수출 관련주의 가격 하락 폭이 큰 이유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 100엔당 900원 안팎까지 내려가 우리나라 수출이 10% 가까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엔저로 제품 가격을 낮춘 일본과 높아진 기술력으로 손색없는 제품을 내놓는 중국에 치여 고전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모두 자국의 경제적 이해에 맞춰 돈 풀기의 완급을 조정하고 나섰다. 특히 일본의 추가 금융완화는 엔저 외에 다른 해법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두 나라 사이에 낀 우리로선 환율 변동 폭은 커지는데 마땅한 대처 수단이 없는 현실이다. 돈을 풀자니 가계부채가 걱정스럽고, 미국이 내년 중 금리를 올리려는 판에 기준금리를 손대기도 여의치 않다. 일본이 2012년 말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엔저 드라이브를 지속하고 있지만 생각처럼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해외 생산기지가 많아 수출이 크게 늘지 않고 엔저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일본 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결국 환율 불안을 헤쳐나가는 관건은 환율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경제 체질과 기업의 기술력이다. 전기전자 산업이 자동차나 철강, 조선업과 달리 엔저 여파에 휘둘리지 않는 것은 나름 기술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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