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단통법 바보 만든 아이폰6 대란

토요일인 그제 밤부터 일요일인 어제 오전까지 벌어진 '아식스(아이폰6) 대란'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권위와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인터넷ㆍ휴대전화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애플의 휴대폰 신제품 아이폰6를 10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일어난 일이다. 한밤중에 서울 시내 여러 곳의 휴대폰 판매점에 소비자들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었다. 실제로 출고가가 78만9800원인 16GB짜리 아이폰6가 10만원대, 심지어는 공짜로도 판매됐다. 이 모델의 경우 단통법상 가능한 최대한의 보조금이 전부 지급돼도 판매가가 50만원대여야 하는 것에 비추면 대당 40만원 이상의 불법 보조금이 살포된 셈이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어제 낮 이동통신 3사(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임원들을 긴급히 호출해 '엄중경고'를 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동시에 과태료와 과징금을 물리는 등 처벌하기 위해 판매 실태와 사태의 경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방통위의 이런 조치들은 '뒷북대응'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불과 몇 분 전까지 같은 제품을 제값 다주고 산 소비자들은 이미 '호갱(호구 고객)'이 돼 버렸다. 단통법의 취지가 입법 한 달 만에 조롱당한 것이다. 방통위는 이런 '바보 법'만 믿고 지난달 31일 출시된 아이폰6의 시중유통에 대한 사전 감시를 소홀히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이동통신 3사가 판매점들에 정식 지원금 외에 대당 최대 80만원에 이르는 리베이트를 판매 인센티브로 푼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판매점들이 이 리베이트의 일부를 보조금에 추가로 얹으면서 아이폰6 판매가격이 10만원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사실상 이동통신 3사가 불법 보조금 지급을 조장한 것이다. 발빠르게 10만원대 아이폰6를 산 소비자들도 대부분 최저 6만원대 이상 고가의 정액요금제 가입을 강요받았다고 하니 이동통신 3사에 농락당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단통법을 휴대폰 유통시장 질서개선 수단으로 계속 유지하려면 이번 이동통신 3사의 불법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처벌해야 한다. 또한 단통법의 실효성을 높여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시장논리와의 상충 등 단통법 자체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점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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