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내놓은 방산비리 개선책… 이번에도 미봉책인가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방산비리의혹 질책에 따라 군당국이 서둘러 개선책을 마련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군 관계자는 "방산비리 척결을 위해 ▲퇴직자 취업실태조사 ▲클린국방실천 태스크포스(TF) 운영 ▲방사청의 기능 대폭 개편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산기업과 예비역 군장교들이 얽힌 방산비리 의혹은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전날 청와대에서 영상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방위사업의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 "국방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산기업 명단제출 사실상 불가= 국방부는 전력증강업무 개선방향을 제시하며 방산비리 척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책안중에 하나가 국방부 방위산업 관련부서와 방위사업청의 퇴직자에 대한 취업실태 조사다. 국방부가 직접 나선 것은 방산기업에 취업한 예비역들을 통해 방산비리가 불거진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방위산업진흥회에서 정기적으로 조사해 국방부나 방위사업청에 명단을 제공한 적은 있지만 국방부에서 조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방산기업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방위산업진흥회는 방산기업들이 모여 만든 협회다. 방산기업에서는 그동안 업무협조의 일환으로 방진회에 취업자명단을 공개했지만 국방부는 민간인을 조사할 권한이 없는 만큼 취업자명단을 공개하기 꺼려하고 있다. 특히 방산기업에 취업한 예비역들은 민간인신분이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해 본인의 승락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방산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협조차원에서 방진회에 명단을 제출했지만 국방부에서 조사한다고 하면 자료제출에 얼마나 협조할 지는 미지수"라며 "방위사업청이 지시를 한다고 하더라도 방산기업에서 제출해야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방산기업 관계자는 "예비역의 경우에는 곧바로 방산기업에 취업하지 못해 계열사에 취업한 것 처럼 서류를 꾸며놓고 방산기업 영업을 하는 경우가 있어 설사 자료를 모두 수집한다고 하더라도 정확도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색맞추기 급급한 TF팀= 국방부가 마련한다는 클린국방실천 태스크포스(TF)을 놓고도 논란이다. 국방부는 전력증강사업 업무의 개선을 위해 국방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는 '클린국방실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TF에는 국방부와 방사청, 합참, 각군,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군안팎에서는 이번 TF를 놓고 기존의 개선안을 재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내에 설치된 TF는 현재까지 46개. 국방부는 사고가 발생할때마다 TF를 만들어 현재 TF에 소속된 인원만 241명에 이른다. 국방부 한 개 실 인원과 맞먹는 인원이다. 이들 TF중에 대통령령인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17조의 3에 따라 안정행정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 만들어진 TF는 1개에 불과하다. 장군 등 군 간부들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행정부의 규정과 절차도 무시하고 한시조직(TF)을 설치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국방부는 방산 비리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으로 지적돼 온 전문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인사관리 제도 개선과 교육기관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우수 근무 현역 군인을 공무원 신분으로 전환하고 개방형 인사관리제도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군안팎에서는 외부인보다 제식구챙기기 인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방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 같이 행사를 위해 단기간 운영하는 임시조직은 만들 수 있으나 설치된지 3년이 넘은 TF는 안전행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사청의 기능 대폭 개편= 국방부는 방사청의 기능을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 급식과 피복 계약업무는 국방부로 이관, 위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방위력 개선사업 업무를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방사청이 비전투물자에 대한 계약 업무까지 처리하다 보니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사청의 기능개편은 정치권에서도 반발했던 사안이다. 방위사업청은 그동안 갖가지 비리가 끊이지 않던 무기 구매와 개발과정에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기존 국방조달본부 등 8개기관을 통합해 2006년 1월 설립된 차관급 독립외청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설립한 방위사업청을 놓고 야당에서는 기능 이관을 반대할 수 밖에 없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그동안 방사청 핵심기능을 국방부로 이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방사청 권한이 축소될수록 군 비리를 막기가 힘들어지고, 육ㆍ해ㆍ공군의 균형적 전력증강에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또 방사청을 두고 군이 밥그릇 싸움을 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방사청의 기능을 국방부로 이관한다고 사업절차가 투명해질지는 미지수다. 올해 4월에는 방위사업청에 방상내피(깔깔이) 원단을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2억여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前 국방부 감사관실 군수감사담당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수의계약 체결의 편의를 봐주며 뇌물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상 뇌물)로 기소된 전 국방부 군수감사담당관 한모(55)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2억5581만여원과 추징금 2억5581만여원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재판부는 "한씨는 범행 당시 국방부 서기관이자 국방부 직무집행의 위법ㆍ부당 여부를 감사해야 하는 감사관임에도 불구하고 강씨로부터 부당한 돈을 수수하고 지위를 이용해 감사 권한을 남용한 점 등에 비춰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또 "그럼에도 한씨는 강씨와 사적 친분관계에 의해 금전거래를 했을 뿐 뇌물이 아니라는 취지의 변명을 일삼고 있는 등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강씨는 경쟁업체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며 알게 된 한씨의 도움으로 모 사회복지법인 명의를 빌려 방위사업청과 방상내피 원단을 공급하는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강씨와 김씨는 원단을 독점 공급할 수 있게 되자 재료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2006년부터 지난해 4월16일까지 6차례에 걸쳐 10억16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또 한씨는 이들의 계약 체결에 도움을 주고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00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2억5500여만원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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