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가 어제 부적격 공공기관을 해산시키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 공기업에 한정된 회생 절차를 중앙정부 공공기관에도 적용함으로써 회생ㆍ파산 절차를 통해 문제가 많은 공공기관을 도태시키자는 것이다.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국가 보증을 믿고 과도하게 사업을 확장하거나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벌이는 행위를 자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타당성 있는 제안이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총부채는 523조2000억원으로 1년 새 25조2000억원 불어났다. 영업이익으로 차입금 이자를 갚지 못하는 공기업이 수두룩하다. 석탄공사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상태다.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가 재정사업을 공기업에 떠넘기고, 일부 공기업들은 스스로 불필요한 사업을 확장해 기관 확대를 꾀함으로써 부채를 늘리는 실정이다. 국회에 5년 단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제출해 점검받는 제도에도 구멍이 뚫려 있다.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공기업과 정부의 손실보전 조항이 있는 공기업이 제출 대상이다. 이 때문에 부채가 없는데도 재무관리계획을 제출하는가 하면 부채가 많은데도 자산이 기준 이하라는 이유로 빠지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덩치가 작은 공기업이라도 부채가 적정 규모 이상이면 관리 대상에 포함시켜야 마땅하다. 재무관리계획 제출 대상을 자산에서 부채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 공공기관 외부감사 제도도 손질해야 한다. 재무상황이 악화된 공기업에 대해선 외부감사인을 자율 선임하도록 맡겨두지 말고 기획재정부 등 외부기관에서 지정토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정책사업 수행에 따라 과도하게 부채가 증가할 경우 해당 부처에 대해서도 부채 관리의 공동책임을 지우는 것이 합당하다. 예산정책처의 재무관리계획 평가 결과 산업자원 분야(해외자원 개발투자)와 교통 분야(고속도로와 철도 건설 및 관리)에서 관련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한 점이 주목되는 이유다. 공공기관 개혁은 구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공기업의 재무상황이 나빠지지 않도록 보다 촘촘한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정부는 부적격 공공기관을 해산시킬 수 있는 관련 법 개정안을 서둘러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심도있게 심의하기 바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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