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머우 감독과 공리 주연의 '5일의 마중', 비운의 시대 살다간 작가 샤오홍의 일대기 '황금시대'
5일의 마중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중국의 두 거장 감독의 작품이 나란히 스크린에 걸렸다. 여인들의 기구한 운명을 통해 파란만장한 중국의 현대사를 관통한다는 점이 두 작품의 공통점이다. 장이머우 감독의 신작 '5일의 마중'에는 문화대혁명 당시 끌려간 남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여인이 등장한다. 허안화 감독의 '황금시대'는 국공합작, 중일전쟁 등 정치적 격변 시기를 살다간 작가 샤오홍의 일대기를 담아낸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공리와 탕웨이가 각각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 장이머우와 공리의 7년만의 만남...'5일의 마중''5일의 마중'은 기다림에 관한 영화다.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꼽히는 문화대혁명(1966~1976년) 기간, 루옌스(진도명)는 반혁명분자로 몰려 강제노동수용소에 수감돼있다 탈출한다. 엄격한 감시를 피해 가까스로 아내 펑위안(공리)이 있는 집을 찾지만, 자신을 원망하고 있던 딸의 신고로 끝내 잡히고 만다. 혁명의 시기가 끝나고 루옌스는 다시 아내를 찾아오지만, 아내는 기억상실에 걸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편지읽기, 피아노 연주, 사진 등 남편은 아내와의 추억을 되살리며 기억을 찾아주려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다만 5일에 돌아오겠다는 남편의 편지만은 잊지 않고 있던 아내는 매달 5일만 되면 기차역으로 남편을 마중 나간다.
5일의 마중
한 가족 내에서도 루옌스는 혁명의 시기를 힘들게 살아낸 지식인을, 딸 '단단'은 공산당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젊은 층을 대변한다. 장이머우 감독은 이달 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내 나이 16~26세 때 문화대혁명이 일어났는데, 많은 사람에게 많은 일이 일어났던, 중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너무나 비참하고 힘든 현실에서도 인간의 꺼지지 않는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며 "한 가정이 와해되는 과정을 심리 묘사를 통해 그리는 것은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깊이 고찰할 만한 주제"라고 설명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한 시간이나 울었다"고 말할 정도로 영화는 관객들에게 먹먹한 슬픔을 안겨다준다.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의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루옌스의 모습이 심금을 울린다. 집으로 돌아온 루옌스는 자신이 수용소에 있는 동안 아내를 괴롭힌 인물을 찾아가 똑같이 되갚아주려고 한다. 하지만 그 집에서 남편을 잃은 또 한 아내를 만나게 된다. "남편이 잡혀갔다. 제발 그만 좀 괴롭히라"며 울부짖은 한 부인의 모습에서 루옌스는 아내의 모습을 떠올린다. 시대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남편을 잃은 부인들의 기다림은 계속되고 있었다. ◆ 천재 작가 샤오홍의 일대기 그린 '황금시대''황금시대'는 1930년대 중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산주의 운동과 항일전쟁, 국공합작 등 격변이 몰아치던 근대 중국을 배경으로 여류작가 샤오홍의 짧은 일생을 담아낸다. 샤오홍은 '중국 현대문학의 보물'로 일컬어지는 천재 작가로, 신해혁명이 일어났던 1911년 만주 지역에서 태어났다. 가부장적인 집안의 분위기에 어린 시절부터 반감을 느꼈으며, 집에서 정해준 혼사를 거부하고 스무 살에 집을 나온다. 1932년 하얼빈으로 건너간 샤오홍은 그곳에서 가난한 작가 샤오쥔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의 영향으로 글을 쓰게 된다. 이후 상하이로 건너간 두 사람은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던 루쉰과 교류하게 되고, 루쉰은 샤오홍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문단에 진출시킨다.
황금시대
계속되는 전란 속에서 여러 지역을 옮겨 다녀야 했던 샤오홍이 원한 것은 단지 "글쓸 수 있는 환경"뿐이다. 혼란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샤오홍은 10년의 세월 동안 '생사의 장', '호란하 이야기' 등 100편의 글로 써내려갔고, 특히 농민들의 고통을 섬세한 필체로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1942년 결핵에 걸려 불과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홍콩영화계의 대모 허안화 감독은 샤오홍을 두고 "시대를 잘못 만난 현대여성"이라고, 탕웨이는 "전설적인 사랑을 한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했다.영화는 재연 다큐멘터리와 같은 독특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 샤오쥔과 루신 등 당대 문인들이 실제 집필한 글귀 등이 샤오홍이란 인물을 보다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조명해준다. 글쓰기에는 능했지만 사랑에는 서툴렀던 샤오홍의 순탄치 않았던 10년의 세월을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황금시대'라고 부른다. 상영중.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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