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구체화, 국민 심리적 저항 극복할까

대법원 대신 최종심 사건 대부분 담당…헌재와 위상경쟁 산물 해석도 나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박준용 기자] 대법원이 일반사건 대부분의 최종심(3심)을 담당할 ‘상고법원’ 설치를 구체화하면서 국민의 심리적 저항감을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대법원은 24일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고 상고법원 설치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상고법원 추진 논리의 핵심은 대법원은 정책법원 역할에 충실하도록 업무량을 대폭 줄여주는 것이다. 2012년 기준 상고사건은 3만5776건이며, 전원합의체 사건은 28건으로 전체의 0.1%에 불과하다. 대법관 1인당 평균 연간 3000건 가량을 처리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돼 있다. 대법원 안팎에서는 현재의 상황에서 충실한 심리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대법원이 내놓은 해법이 3심 사건 대부분을 담당할 상고법원 설치다. 대법원에 따르면 상고법원은 대법원 소재지인 서울에만 설치한다. 현재 대법원 소부와 같이 4인으로 상고법원 재판부를 구성한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 경력자를 상고법원 판사로 기용하되 외부 법조경력자 배치도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모든 상고사건은 일단 대법원에 접수돼 대법관들이 상고법원이 담당할 사건과 대법원이 담당할 사건을 분류한다. 일반 권리구제와 관련한 대부분의 사건은 상고법원이 담당할 계획이다.

대법원은 24일 상고법원 설치와 관련한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었다. 사진제공=대법원

앞으로 대법원은 헌법 관련 사안 등 법률에 의해 반드시 대법원이 심판해야 하는 사건과 군사법원 사건, 당선무효가 가능성이 있는 공직선거법 사건, 일반 형사사건 중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 선고된 사건 등 특정한 사건만 담당하기로 했다. 상고법원 심판은 원칙적으로 최종심으로 설정하되 극히 예외적으로 대법원에 다시 심판을 구할 수 있는 특별상고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대법원에 다시 판단을 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마련했지만 말 그대로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할 계획이다. 결국 일반인들은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기회 자체가 차단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의 판단을 통해 권리구제에 나서려는 일반인들은 심리적 저항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위헌 논란의 불씨 역시 살아 있다. 이양복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서 규정한 최고법원이 아님에도 최종적 법률심을 맡게 된다면 헌법에는 반할 수 있는데 이 모순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헌법상 문제 있을 경우 특별상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헌논란이 크지는 않다. 헌법에도 대법원이 최고법원이라고 돼 있지 최종심이라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대한변호사협회 최진녕 대변인은 “대법관을 증원하는 방안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기존 변협의 입장이었다”면서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의견 수렴을 하고 있는데 10%포인트 정도 찬성이 높게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찬성으로 기울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상고법원 설치의 필요성 자체는 공감하는 모습이다. 상고법원 설치는 대법원의 정책법원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서두르는 이유는 위상강화와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다. 수도권 지법의 한 일선 판사는 “대법원에서 상고법원을 설치하려는 이유는 헌법재판소와의 위상경쟁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헌재가 파급력이 큰 사건만 처리하다보니 대법원이 좀 더 위상을 높이기 위해 상고법원설치에 더 공을 들인다는 견해가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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