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고민' 삼성·블랙베리 엇갈린 행보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스마트폰 시장의 추격자에서 1위로 급부상한 후 최근 실적 부진으로 고민에 빠진 삼성전자와 정반대의 입장에 선 기업이 있다.바로 한때 세계 스마트폰 1위에서 파산 위기에 직면했던 블랙베리다. 애플과 삼성에 밀려 끝없는 추락곡선을 타던 이 회사는 사명까지 바꾸고 절치부심한 끝에 극단적인 결정을 내렸다. 자체 스마트폰 제조 중단과 전화기 대신 서비스에 주력하기로 사업 방향을 틀었고 1년도 안 돼 부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마침 삼성전자의 실적이 하락하고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블랙베리의 변화는 삼성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존 첸 블랙베리 CEO

24일(현지시간) 발표 예정된 새로운 스마트폰 '패스포트'는 암흑기에 등장했던 신제품들과는 다른 기대를 얻고 있다. 해외 언론들의 평가도 과거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많은 상황이다.이 스마트폰은 정사각형의 화면과 블랙베리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QWERTY' 자판이 특징이다.그렇지만 이는 블랙베리 사업의 핵심이 아니다. 존 첸 최고경영자(CEO)는 모바일 보안과 소프트웨어에 방점을 찍고 있다. 패스포트를 직접 만드는 대신 외주를 줘서 생산한 것도 이런 이유다.지난달 첸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구조조정과 사업축소의 시기는 이제 끝났으며 인수합병까지 나설 수 있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전략에 기반한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의 계획이 성공하면 2010년 독일 SAP에 58억달러에 매각된 데이터베이스 업체 사이베이스와 같은 성공사례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을 정도다. 첸 CEO는 사이베이스의 부활과 매각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전략 변경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첸 CEO가 취임한 지난해 11월 이후 블랙베리 주가는 68%나 급등했다. 여전히 5년 전 기록한 역대 최고기록에 비해서는 87%나 폭락해있지만 이정도의 반전도 반가울 정도로 그동안 블랙베리의 사정은 열악했다.물론 이런 변신은 장기적인 과정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소프트웨어 중심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소프트웨어 사업을 위한 보안책일 뿐이다. 소프트웨어 사업마저 실패하면 위기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블랙베리가 연말 출시할 보안 소프트웨어 역시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달려들 경우 성공 가능성에 의문 부호가 붙을 수 있다. 이미 삼성은 보안솔루션 '녹스'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애플도 애플페이, 헬스케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며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패스포트가 애플이 선보여 인기리에 판매 중인 대화면 '아이폰 플러스'와 크기가 겹치는 것 역시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과거 블랙베리 주식을 많이 보유했던 셀렉티브 자산운용의 로버트 맥위터는 "(블랙베리가) 변화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본 이유다.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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