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가 매긴 최초등급 '트리플A'…'속도, 편리성, 스마트뱅킹' 핵심가치로통합후 자산규모 60% 성장…빠른 성과에 인도네시아 중앙은행도 관심철저한 현지화로 매니저급 인력 양성…복지·성과연동 급여로 이직률 낮춰통장개설 등 업무처리 '빨라'…스마트 모바일 뱅킹 선두주자 꿈꾼다
하나·외환은행 인도네시아 통합법인 KEB Hana Bank는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 전 임직원이 전통의상 '바티크'를 입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재학 은행장(가운데)이 지난달 29일 현지직원들과 바티크를 입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조은임 기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쪽에 우뚝 솟은 위스마 물리아(Wisma Mulia) 타워. 한국으로 치면 테헤란로 격인 기업밀집 지역에서 가장 높고 화려한 빌딩 중 하나다. 이곳에 하나·외환 통합법인인 'KEB Hana Bank'가 위치해 있다. 통합 전 하나은행이 있던 곳으로 KEB Hana Bank는 영업점이 위치한 2층을 비롯해 코리안 라운지(Korean louge)가 있는 52층 등 현재 총 4개층을 사용하고 있다.지난달 29일 오전 본점에서 만난 본국 파견 직원들은 현지직원과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 '바티크'를 입고 있었다. 매월 마지막 주 현지 직원들과 금요일마다 실시하는 행사다.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이질적인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했다.이날 검붉은 색의 바티크 의상을 갖춰입은 이재학 은행장은 "업무적인 부분을 맞춰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성을 잘 다독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면서 조화를 이뤄나갈 수 있도록 섬세하게 접근해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10일 KEB Hana Bank는 통합법인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1990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외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현지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한국 동포들 사이에서 잔뼈가 굵은 은행이다. 반면 하나은행은 6년전 소규모 로컬뱅크를 인수하면서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지점 36개를 내는 등 공격적인 영업으로 현지인들을 파고들었다. 지난 6월말 기준 통합법인은 지점 39개, 총 직원수 575명으로 총 자산기준 은행 순위 40위에 올라있다. ◆통합이 만들어 낸 놀라운 시너지자카르타에서 차로 두 시간 남짓 달려 찾아간 KEB Hana Bank 찌까랑 지점. 이곳은 찌까랑 현대공단 바로 옆에 위치해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한 점포이기도 하다. 찌까랑의 현대공단은 차로 한 바퀴 둘러보는 데만 한 시간 가까이 걸릴 정도로 큰 규모다. 이 곳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총 50여개. 이 중 한국기업은 22곳이다. 한국타이어를 비롯해 삼성·LG전자의 협력사들이 KEB Hana Bank의 주 고객이다. 정희상 글로벌비지니스부 부장은 "KEB Hana Bank의 자본금은 약 2억3700만달러로 이 중 최대 20% 여신 공여가 가능하다"며 "자산을 비롯해 규모가 성장한 만큼 더 많은 기업과 개인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합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현재 자산규모는 15조4000억루피아로 통합전에 비해 60% 성장했다. 현지 은행들의 평균 자산 성장률이 20%가 채 안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계좌수도 지난해말 3만좌에서 8월말기준 6만좌로 늘었다. 통합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지난해에는 성장이 너무 빠르다는 이유로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의 감사를 받았던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최근 세계신용평가사 피치(Pitch)는 KEB Hana Bank의 최초 등급을 트리플 A로 평가했다. 인도네시아 국가 등급과 동일한 것으로 현지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등급이다. 현지 금융기관 200곳 중에 12곳, 국영은행 5곳 중 2개만이 같은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이화수 부행장은 "KEB Hana Bank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0.07%에 불과할 정도로 건전성이 뛰어나다"며 "기존 하나, 외환은행 현지법인의 투자자들은 이같은 우량 투자처가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에게도 통합의 성과는 피부에 와닿고 있다. 리테일 위주의 영업을 해온 하나은행은 거래 규모가 큰 외환은행과 합쳐지면서 우량 고객들을 대규모로 확보하게 됐다. 또 외환은행의 경우 통합 후 점포수가 39개로 늘어나면서 고객들의 은행 이용이 편리해졌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금융이 덜 발달된 인도네시아에서 은행 거래는 대부분 대면 거래로 진행되는 탓에 기업고객들도 은행 방문이 빈번하다.12년전부터 외환은행 현지법인과 거래해 온 김종희 PT YOUNG JIN INDONESIA 대표는 "지점 수가 많아지면서 은행 거래가 훨씬 편리해진데다 최근에는 KEB Hana Bank를 알아보는 현지인들도 많아져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학 인도네시아 하나외환은행장
◆현지 직원에게도 '자부심'을 심다KEB Hana Bank 자카르타 본점에는 지난달 29일부터 앳된 얼굴을 한 직원 15명이 출근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명문 대학을 비롯해 해외 유수의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핵심관리자프로그램(MDP)을 밟고 있다. 향후 기업금융전담(RM)으로 키우기 위한 과정이다. KEB Hana Bank 이처럼 현지에서 관리자급을 키워내는데 힘을 쏟고 있다. 자카르타 본점에 있는 32개의 부서 중 24개 부서를 현지 매니저가 총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이직률은 여느 동남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높은 편이다. KEB Hana Bank는 직원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역량을 증대시켜 급여를 성과와 연동하는 동시에 각종 직원 복지도 확대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거의 전무한 직원 복지를 파격적으로 강화했다. 급여외 추가적인 보상을 통해 KEB Hana Bank 소속이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 본국 직원은 주말 '즐거운 직장 만들기'를 주제로 워크샵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사내동호회 활동부터 취학 자녀 학용품 지원, 자녀 초청 본사 방문 등 다양한 아이디어는 담당부서에 전해져 실행을 준비 중이다. 직원의 60% 이상인 여직원들을 위해서 최근 고급 유니폼을 제작하기도 했다. 현지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이 옷의 가격은 신입직원 한달 월급에 해당한다.◆갤럭시 주는 금융상품이 최고 인기(?)현재 KEB Hana Bank에서 가장 잘 나가는 리테일 상품은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과 대한항공 한국행 티켓, 용마밥솥을 앞세운 프로그램이다. 금리 대신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한국 제품들을 내건 이 상품들은 현지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서민들이 현지 캐피탈이나 대부업체를 통해 오토바이부터 차까지 모두 대출받아 구매할 정도로 소비성이 강하다. 게다가 1998년 대규모 폭동 이후 중국계 자본가들조차 장기 저축을 피하고 있다. 현지에서 1개월짜리 정기예금이 수신의 40%, 3개월짜리가 30%를 차지하는 배경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였다.지난 3월 통합 후에는 계좌 수를 늘리기 위해 급여계좌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아직 현금으로 매달 급여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외환은행의 기존 기업 고객을 중심으로 영업을 진행해 올 연말까지 10만좌를 달성하는게 현재의 목표다. 이후에는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 입출금카드 발급 등을 계획하고 있다. 큰 틀에서는 기존 은행들과는 차별화된 로컬뱅크가 되는 것이 목표다. KEB Hana Bank는 '속도(Speed), 편리성(Convenience), 스마트뱅킹(Smart Banking)'을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단순한 입출금 통장 개설에도 1시간이 걸리는 현지 금융환경에서 '속도'는 KEB Hana Bank의 큰 장점이다. IT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뱅킹 역시 KEB Hana Bank가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현지에서는 메이저 은행들이 인터넷 뱅킹 조차 제대로 시도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의 발전이 더디다. 하지만 KEB Hana Bank는 스마트폰 보급이 최근 가파르게 늘고 있는 현상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리테일 상품과 급여계좌로 확보한 고객에게 모바일 뱅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KEB Hana Bank는 올 연말까지 지점을 10개 추가해 총 49개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점차 외국계 은행에 대한 현지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발빠르게 규모를 확장시키겠다는 것이다. 3년내로 1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전산시스템 확장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5년 인도네시아 20위권 은행에 진입하기 위해 한 발씩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 행장은 "인도네시아는 선진국에 비해 금융은 물론 모든 면에서 10%씩 부족하지만 그 부분을 채우면 성장이 보장된 곳이기도 하다"며 "현지에 규정과 환경을 바탕으로 한국 은행의 장점을 접목한 '차별화된 현지화'로 목표를 이뤄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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