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 푼 후 심상찮은 가계대출 급증세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부동산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달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했던 빗장이 풀리면서 익히 예견됐던 일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는 기미여서 가계대출도 그와 함께 가파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497조원으로 한 달 동안 5조227억원이 증가했다. 14개월 만의 최고치다. 가계대출 증가액과 주택담보대출 증가액(5조272억원)이 거의 같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했다는 뜻이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의 가계대출은 늘지 않았다.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면서 가계 빚의 내용에도 변화가 생겼다. 문턱이 낮아진 주택담보 대출을 활용해 제2금융권 대출이나 마이너스카드 대출 등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대출을 상환하는 현상이 그것이다. 가계 빚의 이자 부담은 그만큼 낮아지게 된 셈이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성 자금의 확대도 가계대출을 늘려놓는데 한몫했다. 높은 금리에서 조금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탔다 해도 가계 빚의 절대액이 급격이 늘어나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은 가계를 고통스럽게 하는 짐이 된다. 모기지론 양도를 포함한 은행 가계대출액은 지난달 4조6000억원이 증가, 536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3분기에 한층 가속화하리라 예측한다. 부동산활성화 조치가 겨냥하는 것은 경기회복이다. 경기가 살아나야 일자리도 생기고, 소득도 늘어난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부동산규제 완화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반작용이 과도하게 나타날 때가 문제다. 가뜩이나 위험수위에 이른 가계 빚의 급증 가능성이 가장 큰 걱정이다. 지난달처럼 가계 빚이 빠르게 늘어난다면 경기회복의 열매를 맛보기도 전에 많은 가계가 위험에 처할 것이다. 가계 빚은 일순에 늘어나지만, 경기가 살아나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라도 올라가는 상황이 닥친다면 빚 많은 가계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만 바라볼 게 아니라 가계 빚 추이를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 부동산 살리려다가 서민가계를 파탄시킬 수도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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