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눈길끄는 한화증권의 '고객관점 영업'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고객 관점의 영업'을 내세운 한화투자증권의 실험에 가까운 영업방식 개편이다. 증권사 보고서에서 매도 의견 비중을 높였다. 고객의 주문금액 대신 주문 건별로 정액 수수료를 부과하고, 수수료 수입에 따라 지급해온 성과급 제도를 없앴다. 고수익ㆍ고위험 상품인 레버리지 펀드의 신규 판매도 중단했다.  '매수 권유' 일색이던 국내 증권사의 분석보고서 행태에선 놀라운 일이다. 파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종목에 대해서는 기업이나 투자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매도 의견'을 내기로 한 것이다. 과다한 주식매매가 거래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수익률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증권사 직원의 자문을 받은 투자자의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투자자보다 낮다는 자아비판을 담았다. 고객에게 비합리적인 부담을 안겨 증권사 이익으로 만드는 '나쁜 이익'은 줄여나가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한화증권은 한 발 더 나아가 이달부터 투자 리스크가 큰 '고위험 종목' 100여개를 가려내 발표하기로 했다. 이익이 나지 않는데도 주가가 높은 기업,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못 갚는 기업, 대주주가 횡령 등 비리와 연루된 기업들의 주식을 투자자에게 알리겠다는 것이다. 주식시장과 증권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한화증권의 파격 행보는 증권업계의 위기 의식과 맞닿아 있다. 오랜 증시 침체로 적자에 허덕이는 증권사가 많아지자 지점 축소와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주식 투자자가 감소하는 판에 위탁매매 수수료에 의존하는 천수답 경영으론 생존하기 어렵다. 주진형 한화증권 사장이 "증권업 위기의 근본 원인은 우리 자신, 증권사에 있다"며 고객 중심의 영업방식 개편에 나선 이유다.  증권사 스스로 관행적으로 행해온 증권사 중심 영업행태를 벗어던져야 한다. 고객의 수익률이야 어찌됐든 수수료 수입 증대를 위해 주식매매를 부추기는 것은 부도덕하다. 리스크가 높은데도 고마진 상품 위주로 판매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론 증권사에 이익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투자자가 떠나 영업기반이 무너진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에게 나쁜 이익은 과감히 포기할 수 있어야 고객이 다가오고 증권사의 미래도 보장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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