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MG 한국갈등관리본부 박일준 대표
세상엔 다양한 직업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직업군이 다양하지 못하다고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만 발달된 직업군이 있다. 바로 '갈등제조업'이다.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것이긴 하지만 일부에서는 사회적으로 도를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갈등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인, 기자, 시민운동가들이다. 모두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직업들이고, 사회의 중요한 주체들이다.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고 해온 것도 분명하다. 허나 동시에 사회 갈등의 주범이 되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정치인, 기자, 시민운동가 모두 사회적 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역할을 해왔다.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건강한 활동이다. 단 '문제해결'에 초점이 맞춰졌을 때, '사회 전체의 이익'을 추구할 때의 이야기다. 만약 '문제'에만 집중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라면 사회악이 된다. 소위 문제만 던져놓고 해결하지 않는 '먹튀'들이 있다. 집단이기주의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갈등을 조장하는 이들이다. 갈등 제조와 유통에 종사하는 분들이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워낙 많은 이슈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등 떠밀려 가듯 상황적 먹튀도 있을 것이라 본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이런 행위들 때문에 갈등이 증폭되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졌다. 몇몇 사람들과 일부 집단의 책임으로만 몰 수는 없다. 시장과 소비자가 없는데 제조, 유통업이 성행할 수 있겠는가. 이슈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솔직히 우리는 그동안 이슈를 소비해왔다. 현상만 보고 원인을 파악하는데는 게을리 했다. 무엇(What)을 하느냐에는 관심을 가져도 왜(Why) 하느냐에는 그닥 관심을 갖지 않아 왔다.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은 해도 "왜 그 일을 하게 되었나요"라는 질문은 좀처럼 하지 않는다. 부끄럽지만 우리는 겉모양과 현상에만 집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세월호 특별법으로 온 나라가 뜨겁다. 특별법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이 시점에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는 '진상규명'과 '보상'이 핵심 내용이다. 이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원인규명'이다. 진상과 원인은 비슷해 보이나 분명 다른 차이가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원인은 법, 제도, 사회 시스템, 문화 등 다양한 것에 있을 수 있다. 포괄적으로 문제의 원인을 진단해야 제2의 세월호 참사를 예방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의 잘못도 있을 수 있다. 헌데 현재 돌아가는 모습은 '문책성 진상규명'이다. 이 역시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나 다른 모든 원인은 제쳐두고 사람의 문제로만 몰고 가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일 수 있다. 국민들이 궁금한 것은 '정치적 진상'이 아니라 '사회적 원인'이다. 보상 역시 지금 논의될 문제는 아니다. 보상이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일 뿐, 원인 파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결책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속도 위반인 것이다. 이제는 내면과 본질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왜(Why)에 대한 고민, 결국 철학의 문제다. 철학을 다시 세우자. '왜' 필요한지, '왜' 해야 하는지를 잘 생각해보자. 올바른 직업관을 세우는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지켜보고 균형 잡힌 비판을 해야 할 때이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다투면서 사회를 위하는 척 하는 모습에 현혹되지 말자. 갈등 자체를 먹고 사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갈등의 결과를 통해 사회 발전을 먹고 사는 사람들을 응원해야 한다. 이런 노력만으로도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다.박일준 KCMG 한국갈등관리본부 대표<ⓒ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