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중국은 전후 역내 질서를 위협하는가? 아니면 옹호하는가? 외교안보 매체 ‘더 디플로맷’이 지난달 29일자에서 던진 도발하는 질문이다. 중국은 2차 대전 후 역내 질서를 전복하기도바는 옹호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지만 과연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중국의 전략 수정과 국제 환경을 보면 중국은 동북아시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음에 틀림없다.
◆중국의 서진전략과 진주목걸이=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 대해 ‘서진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서진전략’이란 막강한 경제 파워를 바탕으로 중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중국 주변지역과 서쪽지역에 있는 국가들과의 정치·경제 협력을 부쩍 강화하는 상황을 뜻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서진전략’의 대상국가들이 대체로 미국의 영향력이 발휘되지 않는 지역에 있다는 점에서 ‘대중국 포위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미국의 ‘아시아회귀’ 정책에 대응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지난해 중국 총리로서는 19년만에 루마니아를 방문한 것은 서진전략을 유럽지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일종의 전초전이라는 해석도 나왔다.시진핑 주석과 리 총리는 지난해 베이징에서 제16차 중국-유럽연합(EU)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헤르만 반롬푀이 EU 상임의장과 주제 마누엘 바호주 EU집행위원장을 만나 5800억 달러 수준인 양측의 교역규모를 2020년까지 1조 달러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했다.중국은 동시에 수입하는 원유의 대부분이 통과하는 중동과 아라비아해, 인도양과 남중국해까지 ‘진주목걸이’ 형태로 잇고 중국 해군도 이 해로를 따라 진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아라비아 반도 최남단 예멘에 5000메가와트(MW) 용량의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유럽을 잇는 교통요충지 아덴 항과 모카 항의 컨테이너 부두 확장 공사를 위해 5억700만달러 규모의 장기 저리 ‘소프트론’을 제공키로 함으로써 진주목걸이는 완벽한 모양새를 갖췄다. 중국은 앞서 인도양 거점 항구인 파키스탄 과다르 항의 운영·관리권을 확보했고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 항구에 중국의 차관과 기술 원조를 제공했다. 이로써 미국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에 맞서는 ‘해상 만리장성’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남중국해에서는 분쟁수역에서 원유 탐사와 시추를 하고 실전같은 훈련을 거듭함으로써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하며 남중국해를 ‘중국의 호수’로 만드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중국은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는 러시아와 손잡고 수십 년 간 협상을 벌였던 천연가스 계약을 체결했고 반미기치를 내건 이란과도 손을 잡고 있다.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 중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북방의 ‘적’을 염려할 필요가 없어졌다. 중국이 서진전략과 태평양 진출 전략을 펼 수 있는 기반이자 이란-중국-러시아 축을 형성하는 토대다.◆중국은 전후질서 위협국가?=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 급성장을 보는 서방이나 아시아 각국은 한마디로 걱정이 태산같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중국은 전후 역내 질서 옹호자로 굳게 믿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2014년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 제출한 정부 보고서에2차 대전 승리와 전후 국제질서를 보호하는 중국의 결심에 대한 언급에 포함시켰다.또 2차 대전 후 일본처리 문제를 다룬 포츠담 선언문 발표일인 지난달 26일 중국의 신화통신은 포츠담 선언문이 2차 대전 후 국제질서를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준 ‘중요한 문서’라면서 중국은 (재무장화를 추구함으로써) 이 선언문과 국제질서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반대함으로써 중국은 전후 질서를 굳건히 옹호하는 나라가 된다.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이 이럴 진대 다른 매체들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에서 전후 질서를 위협한다거나 옹호한다고 어느 특정 관점을 지지한다면 성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중국이 아직 전쟁을 벌이지 않고 있는 반면에 중국은 급증하는 국력에 걸맞은 대접을 국제사회로부터 받기를 원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반면, 다른 나라의 대응을 보면 이들은 중국으로부터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인 것 같다. 특히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미국 정보당국의 세계 위협평가’(Worldwide Threat Assessment of the U.S. Intelligence Community) 를 보면 미국은 중국을 동아시아지역에서 미국에 대한 제 1의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은 전후 질서와 구조는 이 지역 내 미국의 지배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태도를 바꿔 중국의 부상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본의 군사 확장을 권장하고 있다.중국이 지난해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 을 설정했을 때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매체인 ‘더 내셔널 인터레스트(TNI)’는 “중국이 국제기준을 전쟁을 선포했다”면서 역내 현상을 바꾸려는 중국의 일방적 시도를 맹비난했다.미국은 겉으로는 전후 질서를 유지하려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헤게모니 유지를 위해 역내 현 상태에 수정을 가하려고 한다는 견해는 온당하다. 디플로맷은 이런 견해는 비단 중국 학자들만의 견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미국 워싱턴 DC의 어메리칸 대학의 피터 쿠즈닉 역사학 교수는 CCTV 인터뷰에서 “현재 일본이 하고 있는 최악의 일을 추진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며, 아베 신조 정부가 재무장하고 헌법9조를 훼손하도록 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이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아시아는 미국 주도의 전후 균형이 깨졌다고 봐야 한다. 중국 지도자들은 헤게모니 추구나 초강대국과 같은 처신을 피하고 있지만 중국 관리들과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는 이미 미국이나 역사상의 다른 패권국가들처럼 행동하고 있다. 디플로맷은 중국은 주변지역의 육상,해상,공중, 모래와 눈 위에조차 선을 긋고 육상과 해상 전선을 확장하며 제도를 만들고 고치며 다른 나라들이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신형대국관계’ 앞세운 중국, 고민하는 미국=아시아는 중국이 주도하는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 중국은 지난 30년 간 경제, 외교, 군사 영역에서 목표지향의 시의적절한 국가자원을 행동전략을 실행할 국가자원을 기획,동원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해왔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와 연구개발(R&D)비용과 군사비는 머지 않은 장래에 질은 몰라도 양에서는 미국에 필적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성공이 가져올 변화는 ‘중국같이(Chigantic)’라는 용어도 탄생시킬 것이라고 디플로맷은 내다본다.전후 국제 질서는 미국의 동맹, 도전받지 않는 미국의 해상지배력, 안정된 세력균형 등 3가지 요소에 의존했지만 이 모든 게 중국의 힘과 목적에 의해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미군의 전진배치와 동맹이 중국의 장래 성장과 역내에서 설정한 목적 달성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당당히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 주둔,전통의 동맹관계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중국의 경제력이 계속 성장하는 한 이 같은 밀어붙임은 계속될 전망이고 미국과 미국 동맹국들의 고민의 골이 깊어진다.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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