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뷰] 두 할머니의 마지막 전쟁

[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나는 하나도 힘들지 않아. 왜 그런지 알아?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야”미국 워싱턴 DC 의사당 인근 하얏트 호텔에선 30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위안부 결의안 채택 7주년을 기념하는 만찬이 열렸다. 이날 만찬엔 2차대전 당시 일본의 만행을 생생히 증언하고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87)와 강일출 할머니(86)도 자리를 함께 했다. 두 할머니는 지난 22일 미국에 도착, 캘리포니아 글렌데일 소녀상을 직접 방문하는 등 하루도 쉬지 않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행사도중 이옥선 할머니에게 젊은이들에게도 쉽지 않은 해외 일정에 힘들지 않은 지를 물었다. 그러자 이옥선 할머니는 오히려 정색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생사를 걸고 있는 전쟁 중에 병사가 나태해질 수 없듯이 당신도 잠시라도 방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할머니는 “일본 아베 총리가 다시 전쟁을 시작했는데 내가 편히 쉴 수가 없다”면서 “내 몸이 부서져도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순간만은 젊은 사람들 못지 않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고 눈빛이 청청하게 빛을 발했다. 질문을 던진 기자가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옆자리에 지키고 있던 강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강 할머니는 기자에게 “사실 내 생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미국까지 온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할머니는 “만약 우리가 일본에게서 분명한 사과를 받고 이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우리 후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번에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면 우리 후손들이 일본에게 똑같은 일을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느냐”며 “우리 할머니들은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더 낼 것” 이라고 말했다. 두 할머니들은 청춘을 일본군의 야만에 짓밟히고 고향조차 돌아가지 못한 채 중국에서 50년을 지내다가 2000년에야 꿈에 그리던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숱한 난관과 고초에 두 할머니 모두 거동조차 불편할 정도로 육신은 피폐하고 얼굴의 주름은 늘었지만 위안부 문제와 일본의 잘못된 역사관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만은 오히려 더욱 뚜렷하고 강해지고 있었다.하지만 두 할머니들은 “7년전에 이렇게 좋은 내용의 결의안이 나왔는데 (일본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며 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7년전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결의안은 위안부 문제의 의미와 그 해법까지 명료하게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의안은 “위안부 시스템이라는 것은 일본 정부의 강압적인 전시 성매매다. 잔혹성과 광범위함에 있어 이웃 역사의 선례가 없다. 이것은 20세기에 아주 가장 심각한 인신매매 범죄중 하나다"고 분명히 적시했다. 이어 결의안은 "일본의 총리가 공식적인 지위에서 공개적인 발언으로 사과한다면 종전에 했었던 발언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진정성에 관한 의문을 해소시킬 것이다"고도 명시했다. 어찌보면 간단하고 명료한 방법이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오히려 한일간 역사 문제는 일본 정부에 의해 뒤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마지막 전쟁과 소원을 더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다.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워싱턴=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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