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강]
할매손맛팥죽 할머니들
동구 시니어클럽이 노인일자리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운영팥죽·칼국수·콩물·식혜 등 100% 국내산으로 직접 만들어바쁜 현대 생활에 지쳐 그리운 시절 할머니가 해주던 옛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때론 그 추억에 사무쳐 집에서 갖가지 음식재료로 흉내라도 내보려하지만 그 맛은 나오질 않는다.그래서 지인들을 통해 수소문도 해보지만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유는 어렵지 않다. 바로 할머니의 ‘정’과 ‘손맛’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주광역시 동구 서석동에 가면 어렸을 때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을 만한 곳이 있다.광주동구시니어클럽(관장 전성남)이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할매손맛팥죽’(서석동 470-46)이 그곳이다.서구 풍암동에 있는 ‘할매손맛팥죽’을 벤치마킹한 곳이기도 하다.이곳에 들어서면 멋스럽지는 않지만 마치 어린 시절 할머니 집을 찾은 것 같은 분위기로 마음 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할매손맛팥죽’이라는 상호만큼 주방은 할머니들의 공간이다.
마늘까기
마늘 까기부터 밑반찬은 물론 쉽지 않은 면을 뽑는 작업조차도 이들의 몫이다.정부보조금과 함께 판매 수익금으로 빠듯하게 운영되고 있는 곳이지만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 가스레인지에서 나오는 열기에도 할머니들의 표정은 힘든 내색조차 없다.오히려 웃으며 내 자식들에게 주려는 것처럼 그저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에 열성일 뿐이다.이곳에서 근무하는 할머니는 전체 15명. 점심과 저녁시간에 각 4명씩 격일·파트타임제(4~5시간)로 돌아가며 근무하고 있다.이곳에서 할머니들은 팥죽, 동지죽, 바지락칼국수, 호박죽, 콩물국수, 비빔국수, 김밥, 식혜 등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한상차림
특히 100% 국내산 재료로 조미료 하나 넣지 않는 음식들이지만 오히려 시중보다 20%정도 저렴하다.그러다보니 이곳에서 먹는 음식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을뿐더러 맛 또한 일품이다.이렇게 근무하며 할머니들이 받은 한 달 급여는 25~30만원.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이날만큼은 웃음기 먹은 미소가 사라지질 않는다고 한다.김향자(68) 할머니는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아껴서 손자들의 대학등록금이나 용돈을 주는 것이 오히려 행복하다”며 “늙어가면서 외롭게 홀로 지내는 것보단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재미고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동구시니어클럽은 매달 할머니들에게 사용내역을 공개하며 애로사항도 함께 듣는 담소형태의 시간을 갖는다.당연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할머니들에게 투명하게 사용했다는 것을 꼭 알려주겠다는 직원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동구시니어클럽 관계자는 “동구시니어클럽은 할머니들의 올바른 운영을 위한 서포터즈 역할일 뿐 실제 운영자는 할머니들”이라며 “하루 평균 30여명의 손님들이 찾지만 50명을 목표로 이곳을 홍보해 할머니들이 조금 더 나은 급여를 받게 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박선강 기자 skpark82@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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