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경기자
하정우
[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배우 하정우는 영리하다. 그렇다고 해서 얄미운 '여우'과는 아니다. 자신이 가진 재능과 책임의 범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늘 남들의 기대치 이상을 해낸다. 개봉을 앞둔 작품 '군도: 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 이하 '군도')에서도 그의 능력은 빛났다. 관객들이 자신에게 기대하는 것을 미리 알아차렸고, 거기에서 조금 비켜나면서 허를 찔렀다. 기분 좋은 한 방을 맞은 느낌이다. 연기를 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얻는 아이디어들도 많다. '군도'에서 머리를 터는 습관이 있는 돌무치의 모습은 윤종빈 감독을 보며 생각해냈다."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대표되는 행동양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어요. 생각이 안 나다가 윤 감독이 머리를 터는 걸 보고 한번 해봤는데 괜찮더라고요. (감독은)머리를 넘기기 위해 털었던 건데 전 그걸 '틱'으로 승화시켰죠." 실제로 하정우는 타인을 잘 관찰하는 편이다. 기억력도 굉장히 좋다. 가끔 취재진조차 놀라는 경우가 있다. 그는 "어떤 사람은 냄새로 기억하고, 어떤 사람은 그 공간에서 나오던 음악으로 기억한다"며 "머리 색깔로 기억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하정우
'군도'에서 강렬한 액션 연기를 선보이는 하정우는 "칼 액션이 처음이라 낯설었다"고 털어놨다. 극중 하정우는 단검, 강동원은 장검을 이용해 싸운다."사실 장검과 단검의 대결이 말이 안돼요. 맨주먹과 칼로 싸우는 격이죠. 액션의 합을 겨루면서 맞추기가 힘들었어요. (강)동원이는 전작에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저는 생소하고 낯설고 힘든 부분이 있었어요." 돌무치가 소를 해체할 때 쓰던 칼을 의적 도치가 된 후에도 계속 사용한다. 캐릭터 상 그것이 최상의 선택이었다. 외형적 표현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돌무치가 가발에 머리띠를 두른 것은 '캐리비안 해적'의 잭 스피릿처럼 얼빠진 느낌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분위기는 좀 다르지만 말이죠." 하정우가 '군도'를 찍고 놀라웠던 건 윤종빈 감독의 계획대로 촬영이 진행됐다는 점, 불필요한 신들이 늘어나거나 부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