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미래부여, 등잔 밑을 보라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지난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의 코넬리아 스토즈 교수로부터 갑자기 이메일이 날아 왔다. 그(이름으로 보아 남자라 여겨지지만)는 자신에 대한 소개 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와 '앙트레프레너십(기업가 정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학회 발표 예정 논문을 보내 나에게 논평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여기까지는 대학 교수 사이에 흔히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다음이었다. 이들의 연구주제가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기업가 정신'이었던 것이다.  스토즈 교수의 관심은 어떻게 기존의 대기업 체제를 벗어난 벤처기업이 우후죽순처럼 탄생, 글로벌 시장을 휩쓸었느냐는 것이다. 한국 하면 재벌경제 또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연상하는 그들이기에, 온라인게임처럼 글로벌 시장을 뒤흔든 파괴적 혁신 사례는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이다.  물론 이런 요청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혁신 연구의 세계적인 연구기관인 영국 서섹스 대학의 과학정책연구소(SPRU)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연구소의 소장이었던 티드 교수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전 세계에서 성공한 다섯 개 콘텐츠 산업을 연구하고 있다. 음악은 브라질, 영화는 인도인데 게임은 한국이 대상이다. 어떻게 한국에서 이런 혁신적인 산업이 탄생할 수 있었는가."  티드 소장의 연구진은 차세대 콘텐츠 산업 육성에 목매고 있는 영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건 연구를 했으니 당신도 잘 알지 않느냐"고 대답하자 티드 교수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실은 아무리 조사해봐도 그 요인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정하는, 파괴적 혁신을 이룩한 성공 사례로 주목받는 것이 한국의 온라인게임이다.  얼마 전 학회에서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주제는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이었다. 이 정신을 배워 창조경제를 하자는 것이다. 후츠파란 '뻔뻔한, 오만한, 주제 넘은' 등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히브리어다. 인구 710만명인 이스라엘은 미국 다음으로 나스닥 상장 기업이 많고, 1884명당 한 명 창업이라는 가장 밀도 높은 벤처 창업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성공한 데에는 중요한 물적 토대가 있었다. 그것은 미국에 존재하는 유태인 네트워크이다. 미국의 금융시장과 기업을 지배하는 막강한 유태인 네트워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미국의 자본과 기술이 흘러 드는 것이다. 이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인적 네트워크로 연결된 단일한 국가 체인이라 할 수 있다. 비이스라엘권 국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달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온라인게임은 이러한 미국의 자본과 인적 자산의 고리를 벗어나 혁신을 이룩하고 글로벌 산업을 주도한 놀라운 케이스다. 아니, 온라인게임은 1980년대 이후 20여년 동안 정부의 방관과 무관심, 때로는 탄압 속에서 오직 혁신가들의 분출하는 에너지만으로 거대한 정보기술(IT) 생태계를 구축했다. 지금까지의 역사에서 개발도상국이 파괴적 혁신을 이루어 선진국을 뒤집은 사례는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의 학자들은 한국 온라인게임이 탄생한 '후추파 메커니즘'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미래부는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중동의 이스라엘까지 뒤지고 있지만 정작 바로 눈앞에 굴러다니는 황금은 안 보이는 것 같다. 멀리 해외로 가기 이전에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황금, 아니 황금이 태어난 과정을 제대로 연구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동화 속의 헨델과 그레텔은 행복을 주는 파랑새를 찾아 세상을 떠돌지만 정작 그 파랑새는 집에 있었다. 우리 손에 황금을 쥐고 황금을 어디서 구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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