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산업은행을 비롯해 은행들의 올해 실적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산은은 동부그룹에 대한 여신 규모가 다른 은행보다 많은데다 유병언 일가 리스크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자율협약에 들어가는 동부제철의 제1금융권 여신은 1조8500억원이다. 대출채권이 1조37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회사채는 200억원, 기타 채권은 4700억원에 이른다. 이중 산은의 여신 규모가 1조원에 달해 수출입ㆍ우리ㆍ하나ㆍ신한ㆍ외환ㆍ국민 등 동부제철에 돈을 빌려준 다른 은행들보다 규모가 크다. 즉, 다른 은행보다 쌓아야할 충당금 규모가 많다는 의미다. 기업과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체결하면 해당 기업의 대출채권은 '요주의'로 분류된다. 이 경우 은행은 최대 19%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실사 이후 충당금 규모가 결정되겠지만 산은은 최대 2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동부제철보다 비교적 규모가 작지만 세월호 참사에 따른 여파도 만만치 않다. 산은은 앞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운영하고 있는 청해진해운(170억원)과 천해지(400억원), 아해(73억원)에 총 643억원을 빌려줬다. 이 중 아해와 천해지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청해진해운은 대표가 수감된 상태라 곧바로 선박 경매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금은 '고정 이하'로 분류돼 산은은 또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지난해 STX조선해양을 비롯, STX그룹 대출로 인해 불거졌던 '충당금 리스크'가 올해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산은은 올 초 충당금을 털어내고 흑자로 전환할 것을 공언한 바 있다. 다른 은행들 역시 수익성 악화에 자유롭지 못하다. 은행들은 동부그룹의 비(非)금융 계열사에 무담보로 많은 대출을 했다. 이날 자율협약을 개시하는 동부제철에는 4500억원의 여신에 담보가 잡히지 않았다. 동부제철의 담보능력은 그나마 낫다. 동부그룹의 다른 계열사 중 동부메탈과 동부건설의 담보설정 비율은 20%에도 못 미친다. 동부메탈의 제 1금융권 총여신 규모는 2300억원으로 이 중 담보는 400억원(15.7%)에 불과하다. 동부건설도 1금융권 총여신 2900억원 중 560억원(19.1%)만 담보로 잡혀있다. 동부CNI 역시 1금융권 총여신 700억원에 대한 담보는 200억원(28.8%)으로 담보설정 비율이 높지 않았다. 이들 기업은 자구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경우 자율협약 뿐 아니라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까지 갈 수 있다. 이는 결국 채권단의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은행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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