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동북아 외교지형이 소용돌이 치고 있다. 남행 동진하는 '붉은 용' 중국과 아시아 회귀를 천명하고 서진하는 미국이 대치하고 있다. 미국의 지지에 고무받은 일본은 집단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며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고 한편, 납치자 해결을 이유로 북한과 합의하는 등 북핵 한미일 공조에 틈새를 만들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는 동북아시아에서 출구를 찾아 북한과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고 북한은 이런 기회를 활용해 언제든지 핵·미사일을 발사할 태세를 보이며 한반도와 동북아를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동북아의 외교정세는 경제적 상호의존에도 정치와 안보분야 협력은 뒤쳐져 있는 '아시아 패러독스'를 극명하게 보여준다.◆집단자위권 허용, 美日 대 中 대립 격화=전범국가에서 보통국가로 바뀌는 변신을 추진해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일 각의 결정으로 '집단자위권' 행사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해 동북아의 역학구도를 단번에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집단 자위권은 자국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로 유엔헌장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각의결정으로 일본은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제정된 '평화 헌법' 체제에서 벗어나 군사공격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바뀌고 자위대도 미일 동맹의 틀 안에서 해외에 출병해 적대적인 외국 군대와 전투할 수 있는 '국방군'으로 변신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아시아 회귀를 선언했으나 재정난에 봉착한 미국은 지지의사를 밝혔다.반면, 중국은 불쾌감과 경계심을 분명히 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의 각의 결정 직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은) 신중하게 유관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면서 "지역의 평화·안정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는 과거사로부터 기인하는 의구심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주변국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역사수정주의를 버리고 올바른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시험대에 오른 한국 외교력=동북아 외교지평은 오리무중이다.동북아 국가들은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경제일체화를 추진하면서도 정치·안보 협력은 등한시한다.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자주 언급하는 '아시아 패러독스'다.북핵문제의 경우 중국은 먼저 6자회담을 열어 대화로 풀자는 입장인 반면, 한미일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북핵 비핵화와 핵능력 고도화 차단이 절실한 한국은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한미일 공조에 기대고 있다. 한국은 영토·과거사 문제로 일본에 대해 중국과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일본의 집단자위권에 대해서도 한중 양국은 경계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과 중국,미국과 일본, 러시아와 북한 등 동북아 국가 전부를 아우르는 '교집합'은 없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자위대의 장비 현대화에 대응한 군비경쟁만이 있을 뿐이다.중국과 한국,북한은 저마다 해군력과 미사일 전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이 때문에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추구해온 한국의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박근혜정부는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을 해소하고 동북아에서 평화협력 기반을 구축하며, 북핵해결에 기여하는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는 해법으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선택했다.특정국가에 줄을 서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점에서 타당성과 설득력이 있는 해법이지만 우리가 방점을 찍은 '협력'에 4강이 응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국립외교원 신봉길 외교안보연구소장은 "베네룩스 3국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이 유럽연합(EU) 으로 통합하는 데 접착제 역할을 했듯이 우리나라도 동북아에서 경쟁의 완충자 역할을 하고,강대국을 화해시켜 우호적 관계로 만드는 중간국가의 역할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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