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법관 임용, 음모론 벗어날 묘수 있나

법조일원화 ‘바람직한 법관임용’ 심포지엄…성적순 ‘지양’ 다양성 ‘지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고위 인사 누구의 자녀가 판사로 임용된다는데….”법관 임용을 둘러싼 ‘음모론’은 법조계 불신을 키우는 씨앗이다. 뚜렷한 근거는 없지만 그럴듯한 시나리오와 맞물리면 힘이 실리기도 한다. 법조인, 그 중에서도 판사는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과거에는 사법연수원생 중에서도 성적 상위권을 이루는 이들이 법관으로 임용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법조일원화에 따라 앞으로는 사법연수원생 자체가 사라진다. 사법시험은 2017년을 끝으로 사라지고 로스쿨 출신으로만 법조인이 채워진다. 법관 임용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미 법원조직법은 개정됐다. 2011년 개정된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을 지닌 이들 중에서 판사가 임용된다. 다만 2013년부터 2025년까지는 경과규정을 둬서 3년 이상, 5년 이상, 7년 이상의 법조인도 법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2017년까지는 3년 이상의 법조인 경력자가 법관 임용 대상이다. 따라서 로스쿨 출신 법조인도 법관이 될 가능성이 생겼다. 법원에는 ‘예비판사’로 불리는 재판연구원(로클럭)이 있다. 재판연구원을 경험하면 사실상 판사로 임용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어차피 임용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현직 검사도 법관 임용이 가능하고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다. 1일 오후 2시 서울법원종합청사 1층 대회의실에서 ‘새로운 법조환경에서 바람직한 법관임용방안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법원은 물론 법무부,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한국여성변호사회, 시민단체, 언론계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주제발표와 토론을 위해 참석했다. 이들의 관심은 하나로 모아졌다. 바람직한 법관임용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대법원

문제는 그런 기준을 만드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법관 임용을 놓고 시험이 필요하다는 의견부터 시험이 오히려 ‘편향된 결론’을 이끌 것이란 의견까지 다양한 입장이 나오고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갖춘 주장이기 때문이다. 공통된 의견은 있다. 성적순 줄세우기는 폐해를 양산한다는 지적과 다양한 법관이 한국사회에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광수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는 “우수한 변호사는 대형로펌 출신이라는 근거 없는 고정관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며 “법관 임용에 있어 전문성보다는 큰 틀에서 사안을 파악하고 국민의 법 상식에 부합하는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국식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유정 변호사도 “우수한 법률가의 기준을 법률지식이나 성적으로만 판단하는 방식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면서 “다양한 경험에 기반해 균형 잡힌 사고를 할 수 있고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법률가들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관 자질이 있는 우수한 법률가를 선정하는 기준이다. 임용 기준이 필기시험일 수도 있고 면접시험일 수도 있고, 서류심사일 수도 있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마련해야한다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신종원 서울 YMCA 시민문화운동본부장은 “공익성과 공공성 중심의 경력이 평가되고 축적돼야 한다”면서 “법원도 평가하고 변협, 대학교수, 시민단체 등이 평가의 주체가 돼야 한다. 다면평가가 이뤄져 평가 자료가 중립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항수 조선일보 편집국 사회부 차장은 “법관 지원자들에게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 쓰는 설문에 답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국민은 좌나 우에 편향되지 않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법관을 원한다. 그러려면 다각도로 인성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법관 임용의 절차적인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통된 의견이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윤태석 교수는 “법관 선발에 관여한 법관인사위원회 활동 및 심의내용을 기간별 진행정도에 따라 대법원 홈페이지에 적절히 공개해 법관 임용에 관한 투명성을 제고해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사법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인 이재석 부장판사는 “임용기준 공개는 절차 투명성을 높이고 법관임용이 정실이나 연고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필요한 오해와 염려를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다만 외국 사례를 참고하고 우리 현실을 고려해 각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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