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려나 싶던 경기가 오히려 추락할 징후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광공업생산이 전달보다 2.7% 감소했다. 5년5개월 만의 최대 낙폭이다. 한국은행의 이달 제조업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7로 5개월 만의 최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다음 달 대기업 경기예측 BSI는 94로 두 달 연속 기준선 100에 미달했다.4월보다 21억8000만달러나 증가한 5월 경상수지 흑자(93억달러)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수출 증가세는 미미한데 내수침체로 수입이 급감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런 불황형 흑자가 환율 하락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악순환하고 있다. 환율은 달러당 1013원대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7월 말 이후 가장 낮다. 세계경제 성장 둔화까지 겹쳐 국내 기업의 수출전선에 이상기류가 역력하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국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포인트 낮췄다. 유럽연합(EU)과 중국도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친다. 내일이면 하반기가 시작된다. 예년 이맘 때면 정부가 상반기 경제정책 운용실적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계획을 수립해 이미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는 개각과 맞물려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계획 수립이 지연되고 있다. 경제상황이 심각한 시기에 정책 사령탑은 사실상 공백 상태다. 다행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다른 일부 장관 후보자들과 달리 중대한 결격사유가 드러난 게 없다. 다만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할 뜻을 내비쳐 논란을 일으켰다. 이 문제는 인사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 같다. 최 후보자는 이에 대해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자신의 소신과 현 시점에서의 판단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최 후보자는 부총리로서 첫 작업으로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전임자가 넘겨주는 초안을 그대로 내놓아서는 안 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자신의 정책철학을 반영한 '최경환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 경제의 긴급한 증상이자 구조적 고질병인 내수부진 해결책이 당연히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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