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 자본시장 이끈다' - '투자금' 벽에 부딪힌 벤처, 해법은60억 투자때문에 40억 빚 안은 구조..분리형BW, 부분 허용론 제기애플·구글·MS 포진한 나스닥처럼 삼성SDS, 코스닥에 입성했어야[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박근혜 정부의 핵심 아젠다인 창조경제는 대한민국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필수 동력이다. 창조경제를 이끄는 견인차는 중소벤처기업의 활성화인 만큼 정부는 지난해 3월 '벤처ㆍ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시작으로 올해 4월 '기업상장 활성화 방안'에 이르기까지 관련 대책을 여섯차례나 쏟아낼 정도로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그 결과, 인큐베이팅 단계의 소기업들을 지원하려는 열기는 '벤처 열풍'이 불었던 2000년 이후 가장 뜨겁다. 그러나 중소벤처기업을 진정한 강소기업으로 이끌 수 있는 '자양분'인 코스닥시장은 유감스럽게도 정체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중소벤처 활성화 로드맵 '창업-성장-재도전'의 연결고리에서 '미드필더'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 유인 효과를 높여라=코스닥시장에 진입한 상장사 최고경영자(CEO)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활성화 의지에 따라 집행되는 각종 정책자금 지원은 소기업에 몰려있다시피 하고 '무담보 무대출'을 원칙으로 하는 은행 문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회사채 발행은 신용등급 AA 이하 대기업도 엄두를 못 낼 정도로 얼어붙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상장사 주요 자금조달 통로인 유상증자마저도 만만치가 않다. 코스닥상장사인 K사 재무담당 임원은 "향후 주가 상승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기관투자가의 유상증자 참여를 이끌어 내려면 상당히 할인된 가격에 발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예컨대 1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한다고 해도 대주주가 떠안는 물량과 할인을 감안하면 실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60억원 안팎에 불과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60억원의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40억원의 빚을 끌어안는 구조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와 맞물려 유상증자가 뜸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8과 2009년 699건과 705건이었던 유상증자는 2010년 413건, 2011년 275건, 2012년 194건으로 줄어들었다. 올해도 반년이 다 되가는 시점에 113건에 머물러있다. 최근에는 지나치게 낮은 공모가격에 따른 부작용으로 증자를 철회하는 경우가 적잖아 실제 공모에 나선 상장사는 더 적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발행이 금지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주주가 신주인수권을 되사가며 지분율을 높이는 데 악용한다는 이유로 금지시킨 것인데, 이런 폐단이 상대적으로 덜한 공모 발행을 전면 허용한다든지 손질해 부활시키자는 것이다. 대형증권사 모 스몰캡팀장은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 희석으로 경영권 방어가 어려운 코스닥기업의 경우 분리형 BW는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자금조달 창구였다"며 "대기업 지분 편법 상속이 우려된다면 발행 가능한 대상을 자산 규모로 한정시키는 방법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만 투입하면 뭐하나…분석가 키워야=코스닥 시장에 진입했거나 예정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인력이 보강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벤처캐피털 뿐만 아니라 정책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KDB산업은행 등 주요 정책금융기관 중소기업 자금지원 인력의 가장 큰 고민은 제대로 된 알짜를 찾아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기업 측에서 제시하는 각종 제안서를 면밀히 검증하고 실효성 있는 투자가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책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연기금, 증권사에서도 중소기업 전문 운용력 또는 리서치 분석인력을 갖춘 곳이 거의 없다"며 "얼마 없는 인력도 대부분 리스크가 적은 대기업만 고집하다보니 중소기업 설 땅이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기관투자가들의 마인드 변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자체적으로 중소기업 발굴 능력을 키워 투자 비중을 높여 외국인 등 여타 시장참여자들의 동반 참여를 이끌어 수급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코스닥에 유입되면 개인투자자 비중이 88.9%에 달하는 '쏠림 현상'이 완화돼 전반적인 투자 매력이 커질 수 있다. ◆스타기업이 필요하다=금융투자업계는 삼성SDS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결정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한 관계자는 "코스닥 상장 잠재 고객군 명단에 삼성SDS가 포함돼 있었는데 유가증권 시장에 가기로 해 내부적으로 상당한 충격이 있었다"며 "대형증권사에서 제대로 분석하지 않는 셀트리온이 대장주로 있는 시장에 투자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 수 있을 지 솔직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삼성SDS의 시가총액은 최대 20조원. 만약 삼성SDS가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면 5조원이 조금 안되는 시가총액으로 선두자리에 있는 셀트리온을 제치고 단숨에 코스닥시장 대장주로 자리잡을 수 있다. IT강국 대한민국의 신기술시장 대표주가 IT기업으로 바뀌게 돼 상징적인 의미가 클 뿐만 아니라 비슷한 규모의 다른 대기업 IT계열사들의 추가 상장도 기대해볼 만했다. 모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나스닥에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애플ㆍ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ㆍ페이스북 등 세계 유수의 IT기업이 포진해 있다"며 "나스닥과 같은 기술주 중심의 시장을 지향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에 삼성SDS과 같은 매머드 IT기업이 들어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불특정 다수 중소기업에 대한 '묻지마식' 정책자금 지원보다는 스타성이 있는 기업이 코스닥에서 보다 원활한 기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데 방점을 찍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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