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LTV 규제 완화 '超민감 카드' 꺼냈는데…

[부동산, 규제 풀어야 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 내수 활성화 위해 시장 정상화 강조-전문가들 "지역·연령별 미세 조정 가능성"…금융위선 "예민한 문제"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김혜민 기자]'더블딥'에 빠진 부동산시장을 다시 살리기 위한 박근혜정부 2기 경제팀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작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투자심리가 호전되던 시장은 지난 2월26일 '주택 임대차 선진화방안'이 발표된 후 거래증가세가 급감하는 등 재차 이상신호를 보이기 시작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이에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부동산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우선 최 후보자가 지적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정책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택과 관련한 금융규제는 2012년 9월 20~30대 직장인에 대해 미래소득 기준으로 DTI를 적용토록 미세 조정된 이후 금융당국의 강력한 의지에 밀려 요지부동인 상태다. 이와 함께 시장에서는 거의 의미가 없는 데도 여전히 규제로 남아있는 분양가상한제, 수도권 1순위 청약부여 관련 규제, 외국인 부동산투자이민제 등도 다시 한 번 규제완화 대상으로 지목돼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규제완화 배경은 "시장과 '엇박자'"= 5월 주택매매 거래량이 7만7754건에 불과, 작년 동월 대비 13.7%나 감소했다. 4월보다도 16.1%나 줄어든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택 거래량이 지난 4월까지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5월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가 DTI와LTV 개선을 시사한 배경이다.최 후보자가 DTIㆍLTV 손질을 시사한 것은 주택대출규제가 부동산 시장 상황과 엇박자를 내고 있어서다. 부동산 활황기에 만들어진 규제가 침체기에도 이어지고 있어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얘기다. 현재 연간 가계소득에서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 DTI는 서울이 50%, 인천ㆍ경기가 60%로 제한돼있다. 비수도권은 DTI 규제 대상이 아니다. 주택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한도 비율인 LTV는 서울ㆍ인천ㆍ경기가 50%, 지방이 60%다.그동안 주택ㆍ건설업계는 DTI 규제 강화가 오히려 '풍선효과'를 부추겨 가계부실을 가속화한다고 주장해왔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12년 "DTI 규제시 가계대출 증가폭이 더 크고 규제 대상이 아닌 신용대출 증가로 전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규제 완화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주택대출규제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지역별, 연령별 등 미세 조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별 LTV 비율을 높이고 DTI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식이다. 오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나마 20~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미래소득 기준으로 DTI를 적용하기로 한 사례도 참고가 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다른 대책에 비해 세제, 대출 규제 완화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정부의 기존 방침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지역별 제한 폭을 완화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과거와 달리 과도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는 비율이 낮은 상태라 정부에서 우려하듯 (주택대출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면서 "완화 수준은 추후 논의를 해야겠지만 최근 완화된 주택 임대차 선진화 방안과 맞물려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완강하던 금융권 "일단 환영"= 최 후보자가 DTI와 LTV 규제 완화 의지를 드러낸 데 대해 금융위원회는 16일 "민감한 사항"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박근혜 2기 경제팀이 출범하면서 경제정책 방향을 새로 논의하게 되는 만큼 DTI와 LTV 규제도 함께 다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금융위는 DTI와 LTV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DTIㆍLTV를 도입한 이후 10여년간 미세 조정만 했을 뿐 큰 틀의 기조는 유지해왔다. 주택대출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더 확대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정책을 책임지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DTIㆍLTV 완화와 관련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다. 지난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가계부채와 은행 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는 지금의 규제를 유지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후보자의 의지가 분명한 만큼 기조는 선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부동산 활성화 흐름을 타고 전ㆍ월세 임대소득 과세 강화 방침 등이 완화되고 있는 것도 힘을 보탠다. 금융권에서는 당장 새 경제수장 후보자의 이 같은 발언에 일단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폐지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제도를 개선하거나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A은행 고위 관계자는 "내수시장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과 주택경기를 살리는데 불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에서도 급격하게 완화할 것 같지는 않지만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은 확실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 규모가 늘면서 타행 고객을 뺏어오기 위한 은행들의 금리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가 완화되면 여신자체는 늘어날 걸로 기대된다"면서 "다만 은행 간 금리 경쟁이 격화될 수 있어 은행에는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고 전했다.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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